도쿄는 저녁 7시 02 - 신주쿠에서의 모임

지난 편에 이어서

그러고도 시간이 좀 많이 남았다. 주체할 수 없는 시간을 신주쿠 거리를 돌아다니는 데에 허비했다. 회사 일을 마치고 사무실 밖으로 쏟아져나온 인파 속에서, 나는 정처없이 이 거리 저 거리를 기웃거리며 다녔다. 그러던 중 내 눈앞에 들어온 풍경이 있었으니.

도쿄는 저녁 7시 02
- 신주쿠에서의 모임

耿君이 삼가 지음


오, 여기가 바로 가부키 정[歌舞伎町] 일번가! 말로만 듣던 가부키 정 앞에 왔다. 일본에 열 번 넘게 왔지만서도 가부키 정에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듣던대로 화려한 유흥가였다. 밤이 되면 치안이 살짝 걱정되는 지역이라고 하는데, 아직은 저녁 시간이라 그리 험악해보이지는 않았다.

걸어다니다보니 다리가 아파서, 카페 같은 곳에 들어가서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스튜디오 알타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나카무라야[中村屋] 신주쿠 본점(http://www.nakamuraya.co.jp/honten/index.html)에 들어갔다. 도토루나 스타벅스 같은 곳에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스튜디오 알타 근처에 그런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여행에 왔으니 뭔가 유명한 가게에 들어가보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1층의 화과자, 빵, 델리카와 티 살롱이 있는 점포로 들어갔다. 그런데...

비싸!!!

아이스 커피 한 잔을 시켰는데 630엔이 나왔다 ㅠㅠ 나는 눈물을 머금고 커피를 주문한 뒤, 커피를 홀짝홀짝거리며 약 1시간 정도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제 시간이 되었다. 6시 45분이 가까워오자 스튜디오 알타 앞으로 갔다. 약속장소에 아미는 아직 보이지 않았는데, 대신 후배 한 명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긴가민가해서 말을 걸지 못하고 있던 차에 또다른 후배들이 등장하여 나를 알아보고는 달려왔다. 이어서 아미까지 합세, 우리들은 예약된 모 요리술집으로 들어갔다.

우선은 시원한 맥주 한 잔 ㅋㅋ

이 자리에는 나, 아미, 마사키, 게이코, 가나에, 사유리 등이 모여, 그간의 근황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역시 다들 20대 중반이다보니, 취직 이야기의 비중이 컸다. 사유리는 궁내청에 면접을 보아 들어가게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서 매우 흥미로웠다. 나는 한국에서 본 일본 예능프로들을 밑거름(?)으로 하여 일본어를 사용한 각종 개그를 선보였다.;;;
안주 겸 식사랄까. 우리가 주문한 요리 중 하나인 '가쿠니 튀김 + 계란'. 정확한 명칭이 생각나지는 않지만 대략 그런 느낌이었다. 돼지고기 챠슈 같은 것을 튀겨서 계란노른자와 함께 내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바삭하니 볼륨감있는 돼지고기 튀김이 계란 노른자와 어울려서 일품이었다.
그밖에 사시미라든지 우동을 방불케하는 스파게티(?) 등도 요리로 나왔는데, 다들 맛있는 것들이었다. 아, 위 사진의 출연자는 마사키 군.

아, 그리고 지난 번 긴자 모임에서 개봉했던 Korean raspberry wine (ㅋㅋ) 을 여기에서도 선보였다. 반응이 어떨까 싶었는데, 다들 '달다', '맛있다'면서 매우 좋아했다. 역시나 순식간에 동이 나버렸다 ㅋㅋ
코리안 라즈베리 와인을 잔에 담아, '르네상스!' ㅋㅋ 마사키가 유독 기괴한 형체로 사진에 많이 등장한다. 미안하다 마사키 ㅋㅋ

* '르네상스!'는 일본 코미디 콤비 수염남작(히게단샤쿠)의 대사 중 하나.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어느새 시계는 11시에 가까워갔다. 막차가 일찍 끊기는 친구들은 먼저 자리를 떴고, 남은 4명은 11시 조금 넘어서 일어났다. 돈 계산을 하려할 때, 다들 내가 돈 내는 것을 만류하고 자기들끼리 돈을 모아서 낸다. 손님은 돈 내는 게 아니라고; 얘들아 고맙다 ㅠㅠ. 대신 나는 한국에서 가져왔던 기념품 선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아, 그리고 마사키가 고향인 나고야에 다녀왔다가 사온 모종의 선물을 나에게 주었다. 고마워~

신주쿠 역에 도착했을 때, 다들 지하철을 타고 나만 JR을 타게 되어서, 표 끊는 곳 앞에서 인사를 나누었다. 그럼 다들 건강히 잘 있어~

미나미센주 역에 도착하니 자정이 다 되었다. 역 앞 편의점에서 야키소바랑 음료수를 사가지고 호텔로 복귀했다. 나는 TV를 켜고 심야 예능프로를 보면서 야키소바를 즐겼다. 내일은 또 어떤 여행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耿君 識

다음 편에 계속

by 耿君 | 2009/09/26 23:24 | 일본에 가다 | 트랙백 | 핑백(2)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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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했던 환상적인 순간이었다. 사진에 찍힌 곳 이외에도 신주쿠 남쪽 지구의 많은 건물들이 이렇게 꾸며져 있었다. 올해 12월에도 이런 예쁜 장식들이 신주쿠 시내에 등장하겠지?耿君 識다음 편에 계속 ... more

Linked at 耿君春秋 : 선물로 받은 니코.. at 2009/10/09 11:39

... 도쿄는 저녁 7시 02에 이어서지난 이야기에서 고향이 나고야인 마사키가 나에게 선물을 주었다고 했는데, 그 선물이 무엇이었는가 하면 바로 나고야의 명물 음식 중 하나인 미소 니코미우동[味噌煮込み ... more

Commented by rumic71 at 2009/09/26 23:36
1. 동경 처음 갔을 때 신주쿠 지하도에서 어디로 나가도 꼭 가부키쬬 앞으로 나가게 되어서 무척 겁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1시간여 헤맸죠...)

2. 마지막 컷이 너무 부럽습니다. 아니 저도 혼자 가면 꼭 저러긴 하는데...
Commented by 耿君 at 2009/09/27 10:27
전 한국에서도 가끔 저럽니다 (응?)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9/26 23:37
치안이 걱정되는 곳이라면..(..) 하기야 유흥가니 그럴 법도 하긴 하군요
Commented by rumic71 at 2009/09/26 23:40
웬만하면 외국인은 저기 얼쩡대지 않는 편이 좋죠.
Commented by Tabipero at 2009/09/27 00:09
일본여행 이력이 꽤 있는데도 저길 가본 적이 없는데, 잘 한 짓이군요(...)
(그러고보면 우범지역이라는 나고야역 신칸센 출구 쪽은 멋도 모르고 싸돌아다녔는데)
Commented by Tabipero at 2009/09/27 00:12
아이스커피 한잔에 630엔이라...1:10 환율로 치면 그렇게 비싼 게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그런데는 거의 다 자리값이니...). 문제는 저때는 1:15까지 치솟았다는거(지못미 ㅠㅠ)

저도 개그까지 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랐으면 좋겠네요. 가끔씩 철도관련 정보 때문에 타모리 구락부를 보는데, 기억나는건 죄 시모네타밖에 없어서...
Commented by 耿君 at 2009/09/27 10:27
아, 아이스커피만 써놓아서 그런데, 저게 제일 싼 메뉴였어요 ㅠㅠ
Commented by 무명 at 2009/09/27 00:31
가부키초에서 흑인들이 호객행위 하는 거 보고 식겁한 기억이 나는군요...

그나저나 요즘 환율크리 때문에 가고는 싶은데 갈 수 없는 그고슨 일본.
Commented by 耿君 at 2009/09/27 10:28
지금은 그래도 낫죠. 저는 100엔에 1585원일 때 다녀와서 무념무상 (...)
Commented by 밀피 at 2009/09/27 07:44
앗 저곳은 ㅎㅋㄹ... (맞나요?) 카부키초 좀 더 깊숙히 들어가면 광장에서 자는 사람들을 볼 수있죠 (절대 노숙자로 보이지 않는 멀쩡한 사람들..)
Commented by 耿君 at 2009/09/27 10:28
가게 이름 모르겠어요 ㅠㅠ 깊숙히 들어갈 엄두가 안나던걸요; ㅎ
Commented by 亞羅彌秀泰鹵 at 2009/09/27 14:57
하하... 제 나와바리에 가셨었군요.(뭐라구?)
일본있을 때 저기서 좀 살았습니다. 야쿠자 영화같은데 단골로 등장해서 위험한
동네란 인식이 파다하지만, 저기도 사람사는 동네고, 실제로 한국사람들 꽤 많이 삽니다.
바로 이웃동네가 코리아타운인 신오쿠보기도 하고요.

사실 심야에도 일반인이나 관광객한텐 크게 위험하진 않습니다. 보통 어딜가서나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점만 지킨다면요. 크라브나 러브호텔같은 유흥업소가 많은데, 러브호텔 싼 곳은 배낭여행객들이 2인 숙소로 이용하기도 해요. 내심 야쿠자끼리의 심야총격전이나 청룡언월도(!)를 휘두른다는 중국 마피아를 볼 수 있을까 기대했습니다만;;

다른 동네하고 다른 점이라면 경찰 불심검문이 많아요.
불체자 단속때문이죠.
그리고 시끄러워서 주거지로는 부적합합니다.
Commented by rumic71 at 2009/09/27 18:43
그러나 동성끼리는 러브호텔 못들어가는 (지금은 풀렸나요?)
Commented by 耿君 at 2009/09/27 20:55
신오쿠보에 한국인들 많이 사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가부키 정 내에도 많이 사는줄은 몰랐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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