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바다 09 - 흑선 전차

지난 편에 이어서

이제 오늘의 일정을 마치고 도쿄로 돌아가야 할 시간. 일단은 기노미야 역에서 아타미까지 보통 열차를 타고 간 다음, 아타미 역에서 신칸센 열차를 타고 시나가와로 이동해야 한다. 3시 50분 가량 되었을 때 나는 다시 기노미야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열차가 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있어서 역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뜨거운 바다 09
- 흑선 전차

耿君이 삼가 지음


위 사진은 기노미야 역사의 모습. '아타미 온천', '매화 축제'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 등롱이 달려 있었다. 매화가 필 때 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기노미야 역은 꽤나 작은 규모의 조촐한 역이고, 인근에도 딱히 구경할 것이 없었다. 들어갈 때도 패스를 보여줄 역무원이 자리에 안보여서 그냥 슉 통과해 들어갔다.

플랫폼으로 가서 벤치에 앉아 열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10분 쯤 기다렸을까. 저 멀리서 아타미 행 열차 한 대가 달려온다. 그런데!
누왓, 이 열차는 뭐냐!! 검은 빛을 띄고 있는 차체에 일단 깜짝 놀랐다. 뭔가 이벤트 열차인 모양인데, 창문 쪽에 배의 키 모양 같은 것이 그려져 있는게, 뭔가 짐작이 가는 것이 있었다.
그렇다. 이 열차의 이름은 '흑선 전차'. 막부 말기 도쿄 앞바다에 나타나 일본인들을 혼란에 빠뜨렸던 흑선(黑船)을 소재로 하여 열차를 꾸민 것이다. 1853년, 우라가에 나타났다가 'I'll be back.'을 외치며 돌아갔던 미국의 페리 제독은, 이듬해 또다시 에도 만에 나타났고, 그해 3월 막부는 요코하마에 응접소를 설치하고 미국 측과 협의를 하여 미일화친조약을 맺었다. 그리고 이즈 국 시모다로 장소를 옮겨 조약의 세칙을 정하는 시모다 조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요코하마, 아타미, 시모다 등 이즈 반도 일대의 지역은 미국과의 조약 체결 및 개항과 관련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그 지역을 지나가는 이벤트 열차로 흑선 전차를 만든 것이리라.
이 흑선 전차의 내부는 다른 열차와는 다른 특이한 구조로 되어 있다. 즉, 바닷가 쪽을 바라보는 창가 좌석의 배치가 창밖을 정면으로 바라보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비록 기노미야에서 아타미까지 두 정거장만을 이동했지만, 만약 아타미에서 시모다나 이토까지 이동을 할 때 이 열차를 타게 된다면, 이즈 반도의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맘껏 즐기면서 이동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창문 위에는 이즈 반도의 각종 유적지 및 명승지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처음에는 예약해야 탈 수 있는 열차인 것 아닌가 해서 타면서도 뻘쭘했는데, 다행히도 그런 열차는 아니고 그냥 보통 열차인 모양이었다.

짧은 시간이나마 흑선 전차의 승차감을 즐긴 뒤, 나는 아타미 역에 내렸다. 신칸센 열차 시간이 약간 맞지 않아서, 미도리노 마도구치로 가서 예매한 표의 시간을 바꾸었다. 2,30분 가량을 기다린 뒤 나는 오후 4시 30분에 출발하는 신칸센 고다마 560호 열차를 타고 아타미를 떠났다. 잘 있어라, 뜨거운 바다.

耿君 識

다음 편에 계속

by 耿君 | 2009/09/06 10:25 | 일본에 가다 | 트랙백 | 핑백(2)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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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왔다. 그리고 아까 왔던 길을 되짚어 가며 기노미야 역으로 향했다. 역으로 향하는 길에서 바라본 바닷가의 모습. 하늘에 뜬 구름은 서서히 보랏빛을 내기 시작했다.耿君 識다음 편에 계속* 아타미 매원주소: 熱海市梅園町1169-1찾아가는 길: JR 기노미야 역에서 도보 7분안내 사이트: http://www.city.atami.shizuoka.jp/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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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바다 09에 이어서12월 2일 저녁, 나는 같은 동아리 친구였던 아미를 비롯하여 교류행사 당시 같은 조였던 친구 및 후배들과 만나기 위해 신주쿠로 ... more

Commented by 소시민 at 2009/09/06 11:54
19세기 전반에는 조선이나 일본이나 '흑선'의 출현에 놀라고 쇄국을 강화햇지만 후반에는

완전히 엇갈리게 되죠. 만약에 일본이 계속 쇄국을 고집했다면 동아시아 역사는 어떻게

흘러갔을련지...
Commented by 耿君 at 2009/09/06 17:14
가정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ㅋㅋ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9/06 13:53
확실히 경치 감상으로 딱인 좌석 배치군요
Commented by 耿君 at 2009/09/06 17:14
그러게요. ㅎ
Commented by Tabipero at 2009/09/06 22:51
저 흑선전차는 정기편성으로 다니는 겁니다. 이외에도 꽃장식을 해놓은 열차도 있었던 것 같군요. 열차를 설명하는 영상을 보면 각 칸에 흑선과 관련된 역사 상식을 적어놓았다는데 혹시 보셨나요 ㅎㅎ

전에도 말씀드린것 같지만 이즈큐의 흑선열차를 비롯한 그 계열은 정말 보통열차 중에서도 최고인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타본 적은 없습니다만.
Commented by 耿君 at 2009/09/07 09:31
그런 것 같더군요. 역사 상식이 아마 제가 얘기한 명승지 안내와 같이 있던 안내문 같습니다 ㅎㅎ 다음에 한 번 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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