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바다 04 - 오미야의 소나무

지난 편에 이어서

오자키 고요[尾崎紅葉]가 쓴 소설 『금색야차(金色夜叉)』(일본어 발음으로는 '곤지키야샤')는 1897년 1월 1일부터 1902년 5월 11일까지 『요미우리 신문[讀賣新聞]』에 연재되던 것이었다. 하지만 소설은 완성되지 않은 형태로 연재 중단이 되었고, 1903년 1월에서 3월까지 『신소설』에 『신속(新續) 금색야차』라는 이름으로 연재 끝부분 일부가 게재되었지만, 그해 10월에 오자키가 사망하면서 소설은 결국 미완으로 멈추고 말았다. 이 연재소설은 책으로도 출판되었고, 책 또한 미완 상태이다.

소설의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고등중학생인 하자마 간이치[間貫一]는 약혼자인 시기사와 미야[鴫澤宮]와 사랑하는 사이였다. 하지만 미야는 도미야마 다다쓰구[富山唯繼]라는 자산가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고, 배신당했다고 생각한 간이치는 아타미 해변에서 미야를 만났다. 간이치는 애끓는 심정을 이기지 못하고 미야를 발로 차고, "내년의 이번달 오늘밤이 된다면, 나의 눈물로 반드시 달은 흐릿하게 보일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자취를 감춘다.

뜨거운 바다  04
- 오미야의 소나무

耿君이 삼가 지음


그후 간이치는 복수심에 불타서 고리대금업자가 되었다. 한편 결혼 후에 후회하게 된 미야는 간이치에게 용서를 구하지만, 간이치는 들어주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간이치는 마침내 미야가 보내온 편지를 뜯어보게 되었다,

는 부분에서 소설이 멈춰버린다. 이 미완의 대작은 소설 자체가 유명하기도 했지만, 1898년부터 이 소설의 내용을 기반으로 상연된 신파극이 세간의 압도적인 인기를 얻게 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물론 영화로도 많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이 『금색야차』의 영향을 받아 『이수일과 심순애』라는 작품이 나오게 되었다.

선비치 공원의 분수대가 물줄기를 훅훅 뿜어대고 있다. 나는 지금 이 아타미 해안에 있다는, 『금색야차』의 여주인공 '미야'의 이름을 딴 '오미야의 소나무'를 보러가고 있다. 오미야의 '오'는 여자 이름 앞에 붙는 말로, 존경 내지 친근의 뜻을 지닌다.

짜잔, 이것이 바로 오미야의 소나무. 이국적인 야자수들 사이에 끼어있어서 그런지 묘한 느낌이 든다. 원래 이 소나무는 『금색야차』와는 별 상관이 없는 소나무로, 날개옷의 소나무[羽衣の松]로 불렸다고 한다. 다만, 사람들이 '여기가 금색야차의 무대가 된 아타미의 해변가인가' 하는 마음으로 이곳을 자주 찾아왔다고. 그래서 1919년 8월, 『금색야차』를 기념하기 위해서 오자키 고요의 제자인 오구리 후요[小栗風葉]가 그 해변가에 기념 하이쿠 비석을 세웠고, 그 곁에 있던 소나무도 덩달아 '오미야의 소나무'로 불리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있는 소나무는 2대 오미야의 소나무이다. 초대 오미야의 소나무는 원래 해안가 도로 중앙에 위치해 있었는데, 태풍 피해 복구와 자동차도로 확충 과정에서 도로 확장이 이루어지면서, 바닷가 쪽을 향한 나뭇가지들이 잘려 나갔다. 게다가 도로를 지나는 자동차들의 배기가스와 도로 포장 등의 영향을 받아 나무가 서서히 죽어갔기 때문에, 1966년 11월, 아타미 호텔의 기증으로 2대 소나무가 심어지게 되었다. 1대 소나무의 잘린 나무줄기 일부가 위 사진 속의 모습처럼 공원 한 켠에 전시되어 있다.
2대 소나무와 오구리 후요의 금색야차 기념 시비. 시비에는 '홍엽산인 기념 금색야차의 비'라는 제목이 붙어 있고(홍엽산인은 오자키 고요를 가리킴), 그 아래에는

미야를 닮은 / 뒷모습이로구나 / 봄의 달이여
宮に似た / うしろ姿や / 春の月

라는 하이쿠가 적혀 있다. 한편 2대 소나무도 1대와 마찬가지로 배기가스 등에 의해 잎이 노랗게 되는 등 고생이 많아서, 아타미 시에서는 1998년부터 이 나무에 대한 3개년 수세(樹勢) 활성화 계획을 시행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찾아갔을 때에도 '회복중'이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아서는 아직도 소나무는 골골하고 있는 모양이다. 안쓰럽기도 하다.
놔라! 김중배다다쓰구의 다이아 반지가 그렇게도 좋더냐!

소나무 옆에는 『금색야차』의 한 장면, 아타미 해변에서 간이치가 오미야를 발로 차는 모습을 형상화한 '간이치, 오미야의 상'이다. 『금색야차』의 인물들은 실제 오자키의 주변인물들을 모델로 했다고 하여 유명하다. 하자마 간이치의 모델은 오자키의 친구인 이와야 사자나미[巖谷小波]다. 이와야에게는 고급 요릿집에서 일하던 스마[須磨]라는 연인이 있었다. 그런데 이와야가 교토의 신문사에 2년간 부임해 있는 동안, 스마는 그만 이와야를 버리고 오하시 신타로[大橋新太郞]라는 남자를 따르고 말았다. 이와야는 딱히 결혼을 생각한 것도 아니었기에 그렇게 심각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친구인 오자키가 이와야를 너무 동정한 나머지, 스마가 일하는 요릿집으로 찾아가 스마를 발로 차버렸다. 오자키는 이때의 일화를 바탕으로 자신의 소설을 지었던 것이다.
오미야의 소나무, 몸 건강히 잘 있어요~ 다음에 볼때는 더 건강해야 해요!

이날은 구름이 좀 많이 끼긴 했지만 그래도 간간이 쾌청한 푸른 하늘이 보였다. 아타미의 해안에서는 어쩐지 남국의 느낌이 났다.
아타미 해안에서 멀리 서쪽을 바라보니 산 위에 천수각 하나가 보인다. 저것은 바로 아타미 성. 하지만 아타미 성은 옛날부터 있었던 성이 아니고, 16세기 말, 아즈치모모야마 시대의 성을 본따서 만든 최근에 지은 성이다. 그래서 멀리서 보는 것으로 PASS!
야자수 심어진 해변도로를 따라서 아타미의 거리 풍경을 즐기다가, 이제 다시 아타미 역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먼 곳까지 온 것인지, 도로 걸어서 역까지 돌아가기가 힘겨워졌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길가의 버스 정류장에서 아타미 역 행 버스(요금은 160엔)를 잡아탔다.

耿君 識

다음 편에 계속

by 耿君 | 2009/08/11 00:49 | 일본에 가다 | 트랙백 | 핑백(2)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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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탕에 다 스탬프가 있어서 스탬프를 모을 수 있게 한 모양이다. 세이자에몬의 탕을 뒤로 하고 앞으로 직진하니 어느새 바다가 나를 맞이한다. 야자수가 있는 풍경이 예사롭지가 않다.다음 편에 계속耿君 識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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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편에 이어서다음 이동할 장소는 아타미 매원[熱海梅園]이었다. 솔직히 나는 여행 계획을 짤 당시 아타미 매원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아타미로 이동하여 MOA와 오미야 ... more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8/11 00:58
이수일과 심순애가 사실은 다른 것에 영향을 받은 것이었군요..
Commented by 耿君 at 2009/08/11 09:36
솔직히 말하면 단순히 영향을 받은 것 이상이랄까요.
Commented by windxellos at 2009/08/11 01:19
저걸 패러디한 어느 일본 만화를 보니 '차는 장면'의 대사가
'에에잇, 가까이 오지 마라 이 매음녀!' 운운이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도 그러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내 눈물로 달을 흐리게~'는 그대로 나옵니다만.(웃음)
Commented by 耿君 at 2009/08/11 09:36
부끄럽지만 저도 원작 소설을 보지 못한지라 ㅠㅠ
Commented by 로미☆ at 2009/08/11 10:28
어~ 저기~!! 아타미 해변에 있는 저 동상
명탐정코난에 한번 나왔었.....;
Commented by 耿君 at 2009/08/11 14:00
유명한 스팟이니 나올 법도 하지 ㅋ
Commented by rumic71 at 2009/08/11 10:29
야...얀데레의 궁극 (틀려!)
Commented by 耿君 at 2009/08/11 14:00
미완의 얀데레죠. (응?)
Commented by 진성당거사 at 2009/08/11 14:42
조만간 1929년에 일본 콜럼비아 레코드에서 녹음된 우리나라 번안작, "장한몽" 레코드를 블로그에 올려보겠습니다.
Commented by 耿君 at 2009/08/11 16:00
아 그러고보니 제목은 '장한몽'이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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