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바다 01 - Go to MOA!

일본도 식후경 09에 이어서

점심 식사를 맛있게 먹은 다음 나는 다시 오다와라 역으로 돌아왔다. 오전에만 해도 한산하던 역 앞에는 이제 제법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런데 역사 내로 들어서려는 순간, 어떤 남자가 나에게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뭐라 쏘아붙이더니 휙 하고 지나갔다. 열 받는 건 둘째 치고, 도대체 그 사람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한 건지조차 알아들을 수 없어서, 혹시 내 행색이 이상한가 옷차림도 살펴보고, 한 1분간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역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에 와서도 그 남자가 한 말이 뭐였는지 궁금하다.

뜨거운 바다  01
- Go to MOA!

耿君이 삼가 지음


오다와라 역에서 JR 쾌속 악티 호 열차를 타고 11시 44분에 출발했다. 내가 향하는 곳은 아타미[熱海]. 우리나라 말로 그 뜻을 풀면 '뜨거운 바다'가 된다. 아타미는 해안 도시이면서 온천이 나오는 곳이기 때문에 아마도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 12시 7분 쯤 되어서 열차는 아타미 역에 도착했다.

아타미에서 제일 먼저 찾아가기로 정해놓은 곳은 바로 MOA미술관이다. MOA가 Museum Of Art, 즉 '미술관'이란 말인데 왜 굳이 '역전앞' 같이 'MOA미술관'이라고 표기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MOA미술관에는 일본의 유명한 미술품들은 물론 세계적인 작품들도 다수 소장되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 미술관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황금 다실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어서 그것이 볼거리라고 한다. 나는 게다가 당시 기획전으로 '금 GOLD 전'이라는 황금을 주제로 한 특별전시가 이루어진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꼭 가보리라고 마음먹고 있었다.

MOA미술관은 아타미 역에서 다소 떨어져 있어서 걸어가기는 어렵기 때문에, 버스를 타야 한다. (아타미 역에서 MOA미술관까지의 버스 요금은 편도 160엔.) 아타미는 처음 와봤기 때문에 우선 버스를 어디에서 타는지 정류장부터 확인했다. 역앞 4번 정류장이 MOA미술관으로 가는 전용 버스노선이 서는 곳이다. 버스를 타고 떠나기 전, 나는 역 앞에 있는 이즈-도카이 버스[伊豆東海バス] 아타미 역앞 안내소에 들어갔다.

원래 MOA미술관의 입장권은 1,600엔이다. 그런데 이즈-도카이 버스 영업소에서는 MOA미술관의 특별입장권을 1,300엔에 판매하고 있다. 300엔이나 아낄 수 있다니 이 어찌 좋은 기회가 아닌가! 영업소 직원에게 MOA미술관 표를 사러 왔다고 말하니, 직원이 웃으면서 1,300엔을 받고 표를 건네준다.
오오, 1,300엔짜리 입장권 GET! 그런데 1,300엔이라고 해도 좀 많이 비싼 것 같긴 하다.
특별입장권의 뒷면 사진. 위 사진에서처럼 취급자 도장이 날인되어 있지 않으면 표가 무효라고 한다. 난 이즈-도카이 버스 아타미 역앞 안내소에서 샀기 때문에 그곳의 도장이 찍혀 있다. 이 특별입장권은 이즈-도카이 버스의 영업소 이외에도 이즈-하코네 철도, JTB, 그리고 편의점 자동판매 코너에서도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입장권도 얻었으니 이제 버스를 타고 go to MOA!!!!!! 버스는 배배 꼬여 굽이진 언덕길을 5분 정도 올라가더니, 이내 MOA미술관 앞에 도착했다.
MOA미술관 입구. 입구만 보면 평범하고 규모가 작아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장난이 아니게 크다.
'금 GOLD - 황금의 나라 지팡구전'은 내가 찾아간 12월 2일이 마지막 전시일이었다. 여행 계획을 짤 때 '금 GOLD 전'이 2일에 끝난다고 해서 일부러 아타미 방문을 2일로 맞춰놓았다. 그럼 들어가볼까요~
누왓, 이게 뭐야!!! 입구에 들어간 순간부터 엄청난 길이의 에스컬레이터가 나를 맞이했다. 이런 에스컬레이터를 한 4번은 타고 올라가야 비로소 MOA미술관의 본진(?)에 도착한다.
짠! 드디어 도착, MOA미술관. 다부지고 거대한 건물이 나를 반겼다.
그리고 왕과 왕비도 나를 맞이했다. 20세기 조각의 1인자라고 불리는 헨리 무어(Henry Moore)가 조각한 작품 '왕과 왕비'가 세워져 있는 이곳은 바로 '무어 광장'이다.
멀리로는 탁 트인 아타미의 해안 풍경이 바라다보인다. 머리와 마음이 시원해지는 좋은 장소다.
두 분도 좋으시겠어요. 이런 데 사셔서.
본관 건물로 올라가면 다른 조각 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의 이름이 뭐였는지, 작가가 누구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브루델 작품이었나... 내부 촬영은 금지되어 있어서 본관 내부의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좋은 전시물들로 구성된 유익한 전시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금(金)'.
(출처: MOA미술관 홈페이지)

미술관 내에 있는 '황금 다실'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덴쇼[天正] 14년(1586)에 황금으로 치장한 방을 만들어, 직접 차를 달여서 오기마치[正親町] 천황에게 헌상했다는 그 역사적으로 유명한 공간을 기록에 근거하여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보니 정말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금 GOLD 전'에서는 금, 은, 동 등의 실제 무게 들어보기와 같은 재미있는 코너도 있었지만, 금으로 세밀하게 가공한 화려하기 그지없는 각종 장신구와 예술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정말 굉장했다.

'금 GOLD - 황금의 나라 지팡구 전'이라는 이름에서도 보이듯,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등의 영향으로, 일본은 황금의 나라라는 인식이 서양인들에게 존재하고 있었다. 물론 중근세 무렵 일본의 금 생산과 수출의 양도 상당하다. 하지만 고대 초기의 일본은 스스로 금을 생산하지 못하여, 사찰 조영 때 쓸 금을 중국 등지에서 수입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그러던 것이 749년, 무쓰노카미[陸奧守]로 재직중이던 구다라노코니키시 게이후쿠[百濟王敬福]가 무쓰 국에서 산출된 황금 900냥을 수도 나라[奈良]로 헌상해오면서 비로소 일본에서도 금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당시 도다이 사[東大寺] 대불 건립을 하면서 금이 부족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쇼무[聖武] 천황은 크게 기뻐했다. 게이후쿠는 7계급 특진을 하는 등 금 발견 관계자들에게 모두 위계가 주어졌으며, 각지의 신사, 사찰에는 폐백이 올려졌다. 그리고 연호도 덴표[天平]에서 덴표칸포[天平感寶]로 바꾸기까지 했다. 무쓰 국에서의 이러한 금 생산을 기반으로 해서, 히라이즈미에서 보았던 화려한 황금의 나라, 12세기 오슈 후지와라 가문의 영광도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후대로 가서는 일본에게 '황금의 나라'라는 이름을 가져다 준 것이다.

아, 구다라노코니키시 게이후쿠[百濟王敬福]라는 인물은 그 성씨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백제 의자왕의 왕자로 백제 멸망 당시 일본에 체재중이었던 선광(善光 또는 禪廣)의 후손이라고 한다. 구다라노코니키시 씨에 대해서는 여행 마지막 날 백제왕 신사를 방문했을 때의 이야기에서 더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MOA미술관의 구경을 마치고 이제는 아타미 역으로 돌아갈 시간. 올라올 때 타고 올라왔던 에스컬레이터를 다시 타고 내려가는데, 아까는 별로 신경쓰지 못했던 넓은 원형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무어 광장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한 번 타고 내려오면 통로 중간 지점에 위 지도의 하늘색 원형에 해당하는 공간을 만나게 되는데, 여기가 원형 홀이다. 평범한 공터처럼 보이지만, 조명의 색깔이 수시로 변하며 음악 효과도 넣을 수 있어 예술연출의 공간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벽은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산 대리석이고, 바닥은 이탈리아, 포르투갈, 인도, 이란, 쿠바, 그리스의 대리석 10종류를 사용하였는데, 중간중간에는 화석이 들어있는 대리석도 있다고 한다.

그럼 원형 홀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감상해보자.

이렇게 MOA미술관을 뒤로 하고, 나는 다시 아타미 역으로 버스를 타고 떠나갔다.

다음 편에 계속

耿君 識


* MOA미술관
주소: 静岡県熱海市桃山町26-2
전화번호: 0557-84-2511
홈페이지: http://crayon.securesites.net/moaart/index.php
찾아가는 길: JR 아타미 역 4번 버스정류장에서 버스 타고 MOA미술관 하차.

입장료: 1,600엔 (특별입장권 구매시 1,300엔)
휴관일: 매주 목요일, 1.4~1.10., 3.25, 5.13., 7.8., 9.9., 12.25~12.31.
개관시간: 09:30~16:30 (입장은 16:00까지)

by 耿君 | 2009/07/25 15:03 | 일본에 가다 | 트랙백 | 핑백(2)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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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 담긴 국수장국을 접시에 부은 다음, 고추냉이와 무 간 것 등을 섞어서, 메밀국수를 즐겨보았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괜찮았다. 맛있어서 순식간에 다 먹어치웠다.다음 편에 계속耿君 識* 소바도코로 하시모토[そば處 橋本]주소: 神奈川県小田原市栄町1-13-37전화번호: 0465-22-5541안내 페이지: http://gourmet.yahoo.co.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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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편에 이어서다시 아타미 역으로 돌아온 나는 이제 아타미 시내의 명소들을 찾아다니기로 했다. 아타미는 풍광 좋은 바닷가의 온천 휴양지로도 유명하지만, 오자키 고요[尾崎紅葉]의 신문 연 ... more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7/25 15:08
오.. 홀이 멋있군요
Commented by 耿君 at 2009/07/25 21:21
색깔이 변하는 게 묘하더라구요 ㅎ
Commented by Tabipero at 2009/07/25 20:48
MOA라 해서 서울대미술관인 줄 알았습니다 ^^;;; 별개로 서울대입구역 쪽에 있는 횟집 이름도 '熱海'지요. 아타미라기보다는 열해로 부르는것 같습니다만.

설마 순전히 저걸 보기 위해서 아타미까지 가신 건지요...?
Commented by 耿君 at 2009/07/25 21:21
저거만 보러 갔으면 제가 '뜨거운 바다'라는 제목으로 시리즈를 시작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ㅋ
Commented by 迪倫 at 2009/07/28 10:19
그럼 이제 다음편은 '伊豆の踊子'와의 "뜨거운 바다'편입니까? ㅎㅎㅎ
Commented by 耿君 at 2009/07/28 18:21
그게 말이죠, 이즈는 못갔답니다 ㅠㅠ
Commented at 2009/07/29 10:0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나츠메 at 2009/07/29 22:19
1. 리셉션 홀까지 가는데 에스컬레이터를 몇 번씩 타야 하는군요. 참 높은 곳에다 지었습니다.

2. 위의 팸플릿을 보면 메인 로비 왼쪽은 전시실, 오른쪽은 황금 다실로 이분되어 있어서, 동선구조가 한 방향이 아닌 듯 합니다. 이 경우에 왔다리 갔다리 해야 할텐데 썩 좋은 배치는 아닌 듯 합니다.
Commented by 耿君 at 2009/07/30 09:12
뭐 좀 그렇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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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덧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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