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와라 평정 03 - 성 안의 원숭이와 우이로 이야기

지난 편에 이어서

도키와기 문을 지나서 왼쪽으로 꺾어 들어가니 드디어 오다와라 성의 혼마루와 천수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보다도 나를 먼저 맞이한 건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혼마루 한 가운데에 동물원 우리 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어서 다가가보니,

아니 이게 뭐야, 원숭이 아닌가!

오다와라 평정 03
- 성 안의 원숭이와 우이로 이야기

耿君이 삼가 지음


오다와라 성은 1870년, 전국적인 성의 철폐 조치에 따라 해체되었다. 지금 남아 있는 대부분의 시설들은 1960년대 이후에 들어서 복원된 것이다. 복원 과정에서 오다와라 성은 유적 공원으로 조성이 되었고, 그 결과 혼마루 안에는 위와 같은 원숭이가 사는 동물 우리가 생겨났던 것이다. 그런데 오다와라 성을 점령하고 호조 가문을 몰락시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별명이 '원숭이'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지금 오다와라 성 안에 원숭이가 살고 있다는 것이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혹시 노린 건가?

하지만 성 안에 있는 것은 원숭이만이 아니다.
코, 코끼리도 있다!!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오다와라 성 혼마루에서 이런 동물 친구들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에 내가 받은 충격은 다소 컸다. 성 안은 완전 공원화되어 있었다.
그 원숭이 우리와 코끼리 아저씨를 내려다보는 천수각. 천수각 역시 1870년에 해체, 철거되었기 때문에, 지금 있는 것은 1960년, 시제(市制) 20주년 기념으로 옛 지도에 입각하여 복원된 것.
현대에 들어서 지은 것이긴 하지만, 천수각은 그대로 나름의 위용을 지니고 있었다.
혼마루에는 여러 가로수들이 있고, 그 사이에 위 사진 속 시계대도 세워져 있었는데, 시계대에는 호조 가문의 문장인 삼각형 세 개가 그려져 있었다. 아, 여기서의 호조 가문은 센고쿠 시대의 '고호조[後北條]' 가문으로, 가마쿠라 시대 싯켄[執權]으로서 실권을 장악했던 호조 가문과는 직접적이랄까 혈연적인 관계는 없다. 물론 고호조 가문은 과거 가마쿠라 시대의 호조 가문과의 연관성을 의식하고 활용하려 했던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최근에 지은 건물인데 들어가봤자 안에 별게 있겠나 싶어서, 들어갈까 말까 배회하며 고민하닥, 결국 천수각 안에 들어가보기로 결정. 천수각과 역사견문관이 동시에 입장이 가능한 공통입장권(600엔)을 끊어서 내부로 들어갔다.

내부 사진촬영은 허락되어 있지 않아서 사진을 남기지 못했다. 안에는 옛 오다와라 성의 건축 부재와 발굴된 유물들, 고문서와 그림, 갑주와 도검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또 오다와라 종이등불[小田原提燈]과 우이로(ういろう) 등 유서 깊은 오다와라 특산물들에 대한 전시도 있었는데, 우이로에 대한 설명과 전시가 나로서는 매우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원(元)에 진연우(陳延祐)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종경(宗敬)으로, 큰 의원을 운영하면서 예부 원외랑(禮部員外郞)의 직책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원-명 교체기 때 두 임금을 섬기는 것을 부끄러워하여 일본 하카타로 와서 망명, 귀화하였다. 이때 그는 자신의 직명인 원외랑의 외랑(外郞)을 따서 진외랑이라고 스스로를 칭하였는데, 이를 일본어 발음으로는 '우이로(ういろう)'라고 읽었다. 원래 '외랑'은 '가이로(がいろう)'라고 발음하는데, 이와 구분하기 위해 일부러 '우이로'라는 발음을 택했다고 한다. 이 우이로가 나중에는 진외랑 가문의 성씨로 쓰이게 된다. 진외랑은 의술과 점술에 밝았기 때문에, 당시 쇼군이던 아시카가 요시미쓰[足利義滿]가 그를 여러 차례 교토로 불렀으나, 가지 않았고 결국 오에이[應永] 2년(1395)에 73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대신 진외랑의 아들인 종기(宗奇)가 요시미쓰의 부름을 받아 교토로 옮겨왔고, 요시미쓰는 종기를 조정의 전의, 외국사신 접대역 및 궁중과 막부의 제도 고문으로 삼았다. 그리고 종기는 조정의 명을 받들어 명나라의 고향 본가로 돌아가, 집안에서 전해오는 약인 영보단(靈寶丹)의 처방전을 가져왔다. 이 약은 입안을 시원하게 하고 냄새를 없애주는 약효를 갖고 있었는데, 그 약효가 매우 뛰어나서 당시 귀족들이 이를 매우 애용하여 머리에 쓴 관 사이에 끼워넣어 사용했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머리의 열로 약의 표면이 녹으면서 향기를 내며 냄새를 없애주었다고. 당시 천황인 고코마쓰[後小松] 천황은 그래서 이 약에 '도친코[透頂香]', 즉 정수리를 통하는 향기라는 뜻의 이름을 하사하였다. 하지만 그때 사람들은 이 약을 우이로 집안에서 만든다고 하여, '우이로'라고 곧잘 불렀다. 한편 종기는 외국사신을 접대할 때 접대에 사용할 과자를 직접 고안하였는데, 이 과자도 또한 '우이로'라고 불렸다.

종기의 아들 상우(常祐), 상우의 아들 조전(祖田)도 고매한 인격과 점복 등의 능력으로 조야에 널리 알려졌고, 쇼군 아시카가 요시마사[足利義政]는 조전의 두 아들 중 첫째 아들인 사다하루[定治]를 아시카가 가문의 조적(祖籍)인 우노 겐지[宇野源氏]에 입적시켰다. 그리고 1504년, 이 우노 사다하루는 고호조 가문의 시조인 호조 소운[北條早雲]의 초청을 받아 오다와라에 자리를 잡고, '진 우이로 우노 도에몬 사다하루[陳外郞宇野藤右衛門定治]'라는 이름을 칭했다. 이때부터 사다하루의 '우이로' 가문은 오다와라에서 '우이로'라는 이름의 약과 과자를 판매하게 되었던 것이다. 우이로 가문은 지금도 6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24대에 걸쳐 이어져오고 있으며, 약과 과자 또한 지금도 생산, 판매되고 있다. 홈페이지는 http://www.uirou.co.jp/uiro.html.

천수각 내부의 계단을 올라가며 관람을 하다보니 어느새 꼭대기까지 올라왔다. 꼭대기 층에서는 바깥 세상을 구경할 수 있는 전망 난간이 있었다.
사진 속 멀리 보이는 곳은 마나즈루[眞鶴], 이즈[伊豆] 반도 방향.
이번에는 하코네, 후지산 방면이다. 산 쪽이라 그런지 구름 안개가 자욱하다.
멀리 바닷가가 내다보이는 풍경을 그윽히 관찰하고 있자니, 하늘에 세 마리 새가 날아간다.

다음 편에 계속

耿君 識

by 耿君 | 2009/07/11 23:33 | 일본에 가다 | 트랙백 | 핑백(2)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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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耿君春秋 : 오다와라 평정 0.. at 2009/07/11 23:35

... 년 3월에 재건된 것이라고 한다. 안내판에는 에도 시대 초기 오다와라 성을 그린 그림 속에 남아있는 도키와기 문의 모습이 소개되어 있다.자 그럼 도키와기 문 안으로 들어가보자. 다음 편에 계속耿君 識 ... more

Linked at 耿君春秋 : 오다와라 평정 0.. at 2009/07/17 19:48

... 지난 편에 이어서오다와라 성 천수각을 구경하고 나니, 이제 성 안의 주요 시설물들은 거의 다 본 셈이었다. 그럼 아까 천수각에 입장하면서 샀던 천수각-역사견문관 공통입장권을 활용하기 위해 ... more

Commented by aeon at 2009/07/11 23:43
히..히데요시의 굴욕..

이군요.
Commented by 耿君 at 2009/07/12 10:47
설마 진짜 그런 의도는 아니었겠지요 ㅋ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7/12 00:45
19세기때 성을 철거했다라.. 이유가 있었던 건가요?
Commented by 耿君 at 2009/07/12 11:12
1873년에 전국의 성들 중 육군이 군용 재산으로 보유하는 성들을 제외한 나머지 성은 폐성 조치한다는 '전국 성곽 존폐의 처분 및 병영지 등 선정법', 즉 '폐성령'이 발령됩니다. 그 조치가 발표될 무렵 전후하여 여러 성의 해체, 철거가 이루어지는데, 이는 판적봉환, 폐번치현의 조치와 더불어, 과거 막번 세력의 중심지였던 성들을 처리한다는 의미를 가지기도 합니다.
Commented by 제갈교 at 2009/07/12 02:36
오다와라 성 안에 원숭이라... -_-;;;

陳外郞宇野藤右衛門定治에서 사다하루 앞에 있는 9글자가 성인건가요?
Commented by 耿君 at 2009/07/12 10:51
陳은 선조인 진종경의 진씨이고, 外郞은 진종경의 별칭이자 가문의 성씨가 되며, 宇野는 사다하루가 우노 겐지에 입적하면서 받은 성씨이고, 藤右衛門은 사다하루의 통칭인데, 이 藤右衛門이라는 이름을 우이로 가문의 당주가 이어받게 됩니다.

지금 24대째 우이로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은 우이로 도에몬 야스스케[外郞藤右衛門康祐]입니다.
Commented by rumic71 at 2009/07/12 20:17
저희 동네 공원에도 어쨰서인지 원숭이 우리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Commented by 耿君 at 2009/07/12 23:15
저희 동네면 어디인가요?
Commented by rumic71 at 2009/07/13 11:31
영등포죠.
Commented by Tabipero at 2009/07/16 18:59
오다와라 성에서도 바다가 보이는군요. 위치상으로 당연한 것이겠지만...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마지막 사진이 기분이 묘합니다.
Commented by 耿君 at 2009/07/17 01:08
그런가요ㅎㅎ 당시 날도 약간 흐려지고 좀 음산한 분위기가 감돌기는 했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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