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5월 14일
도쿄에 또 왔다 04 - 아키하바라에 라멘 먹으러 갔는데
지난 편에 이어서
니콜라이당까지 구경을 하였으니, 이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아직 오후 5시라 좀 이른 감이 있기는 하지만 약간 배가 고팠기 때문에 일찍 먹어도 될 것 같았다. 문제는 어디에서 저녁을 먹느냐인데, 사실 이미 나에게는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 그렇다. 나는 아키하바라로 갔다. 전자기기를 사려는 것도 아니고, 게임을 사려는 것도 아니고, 피규어를 사려는 것도 아니고, 덕후 성지순례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단지 규슈 잔가라 라멘 본점을 찾아가기 위해 아키하바라로 가는 것이다.
도쿄에 또 왔다 04
- 아키하바라에 라멘 먹으러 갔는데
耿君이 삼가 지음
아키하바라 역은 오차노미즈 역 바로 다음 역이라 수월하게 이동 가능. 아키하바라 역 승강장을 내려와 개찰구 쪽으로 향하는데, 아키하바라 역은 몇 년 전에 보았던 그 역사 건물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어 있었다. 엄청나게 광활해진데다가 에스컬레이터랑 연결통로도 뭐 그리 많은지.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출구 바깥으로 탈출.
오 여기가 바로 아키바!!! 오오오오. 휘황찬란한 불빛들이 나를 일제히 반겼다. 메인 스트리트로 가기 위해 좀더 이동했다.
내 머릿속 아키하바라의 이미지는 각종 전자상가 건물들이 네온사인 불빛을 발하는 화려한 것이었다. 그래서 위 사진과 같은 전파상 골목들을 지날 때면 이미지와 현실이 상충하는 묘한 기분을 맞게 된다. 그리고 아키하바라 거리를 거닐면서 느낀 건데, 생각보다 소위 '덕후스러운' 외양을 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거의 없었다. 대신 말끔하게, 혹은 패셔너블하게 옷을 잘 입고 다니는 사람들의 손에 각종 아니메, 게임 관련 물품들로 추정되는 것들이 들어있는 비닐백이나 가방이 들려 있는 경우는 많이 보았다.
이시마루 덴키와 LAOX, 오노덴 등이 보이는 아키하바라의 풍경.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있지는 않았다. 어쨌든 나의 관심사는 저 건물들에 있지 않다. 나는 얼른 규슈 잔가라 라멘 본점을 찾아 길을 나섰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부터 일이 꼬이게 될 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아키하바라 역 덴키가이[電氣街] 출구를 나와서 왼쪽으로 꺾어 직진했고, 따라서 LAOX, 오노덴이 나오는 거리로 접어들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나는 그만 그 상황에서 또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만세이바시[萬世橋] 쪽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규슈 잔가라 라멘 본점은 그와는 반대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말이다. (지도에서 파란색 선으로 이어진 곳) 나도 내가 당시에 무슨 생각으로 길을 더 알아보지도 않고 그쪽으로 갔는지 모르겠다.
이를 알 턱이 없는 당시의 나는 그냥 신이 나서 아키하바라 거리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마주하게 된 것은 만세이바시 교차로. 오, '만세이바시'. 나는 그 이름에 열광하면서 서둘러 만세이바시 다리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에도 시대, 아키하바라 근처에는 스지가이바시[筋違橋]라는 다리가 있었다. 1872년, 스지가이바시가 부속되어 있던 스지가이 미쓰케[筋違見附] 건물(미쓰케는 지금의 파출소 같은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이 헐리면서, 이듬해인 1873년, 스지가이바시 자리에, 그 건물의 석재를 재활용한, 아치가 두 개 이어진 석조 다리가 완성되었다. 당시 도쿄 부 지사였던 오쿠보 다다히로[大久保忠寬]는 이 다리의 이름은 요로즈야바시[萬世橋]라고 지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萬世橋라는 한자를 보고 '만세이바시'라고 읽었고, 결국 그 읽는 방식이 일반화되었다. 바로 이 만세이바시가 일본 최초의 석조 다리였던 것이다.
한편 상류 쪽에는 쇼헤이바시[昌平橋]라는 다리가 있었는데, 이 다리가 홍수로 떠내려갔다. 그러면서 지금의 만세이바시가 있는 자리에 임시 목조 다리가 세워졌고, 이를 쇼헤이바시라고 불렀다. 1896년에 쇼헤이바시가 복구되고, 1903년에 임시 목조다리 자리에 신만세이바시[新萬世橋]가 세워졌다. 이에 따라 옛날 스지가이바시 자리에 세워졌던 옛 만세이바시는 철거되었다. 1923년에는 간토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었지만 곧 복구되었다.
그리고 1930년, 간토 대지진 피해에 따른 제도(帝都) 부흥 사업 및 수로 변경 작업으로 인하여 만세이바시는 아치형 석재+콘크리트 교량으로 다시 세워지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남아있는 만세이바시이다. 만세이바시에 가면, 위 사진에도 보이지만, '쇼와 5년', 즉 1930년에 완성되었다는 명판이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수십 년을 계속 그 자리에 굳건히 서 있는 만세이바시를 바라보며 감회에 젖다가,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라멘집을 찾아나섰다.
한참을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이제 알 수 없는 거리들이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나는 과연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20분 쯤 지나자, 이제는 아무데나 라멘집을 발견하면 들어가서 먹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렇게 헤매고 있던 순간, 저 멀리 JR 역이 하나 보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나는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도착한 역은 JR 간다[神田] 역. 라멘집 찾아가겠다고 걸어간 것이 결국에는 역 한 정거장을 걸어와버렸다. OTL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 순간, 규슈 잔가라 라멘의 하라주쿠 지점이 있다는 것을 떠올려낸 나는 목적지를 '하라주쿠'로 급 변경했다.
다음 편에 계속
니콜라이당까지 구경을 하였으니, 이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아직 오후 5시라 좀 이른 감이 있기는 하지만 약간 배가 고팠기 때문에 일찍 먹어도 될 것 같았다. 문제는 어디에서 저녁을 먹느냐인데, 사실 이미 나에게는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 그렇다. 나는 아키하바라로 갔다. 전자기기를 사려는 것도 아니고, 게임을 사려는 것도 아니고, 피규어를 사려는 것도 아니고, 덕후 성지순례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단지 규슈 잔가라 라멘 본점을 찾아가기 위해 아키하바라로 가는 것이다.
도쿄에 또 왔다 04
- 아키하바라에 라멘 먹으러 갔는데
耿君이 삼가 지음
아키하바라 역은 오차노미즈 역 바로 다음 역이라 수월하게 이동 가능. 아키하바라 역 승강장을 내려와 개찰구 쪽으로 향하는데, 아키하바라 역은 몇 년 전에 보았던 그 역사 건물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어 있었다. 엄청나게 광활해진데다가 에스컬레이터랑 연결통로도 뭐 그리 많은지.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출구 바깥으로 탈출.



하지만 나는 여기서부터 일이 꼬이게 될 줄 알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 상류 쪽에는 쇼헤이바시[昌平橋]라는 다리가 있었는데, 이 다리가 홍수로 떠내려갔다. 그러면서 지금의 만세이바시가 있는 자리에 임시 목조 다리가 세워졌고, 이를 쇼헤이바시라고 불렀다. 1896년에 쇼헤이바시가 복구되고, 1903년에 임시 목조다리 자리에 신만세이바시[新萬世橋]가 세워졌다. 이에 따라 옛날 스지가이바시 자리에 세워졌던 옛 만세이바시는 철거되었다. 1923년에는 간토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었지만 곧 복구되었다.

한참을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이제 알 수 없는 거리들이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나는 과연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20분 쯤 지나자, 이제는 아무데나 라멘집을 발견하면 들어가서 먹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렇게 헤매고 있던 순간, 저 멀리 JR 역이 하나 보이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나는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도착한 역은 JR 간다[神田] 역. 라멘집 찾아가겠다고 걸어간 것이 결국에는 역 한 정거장을 걸어와버렸다. OTL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 순간, 규슈 잔가라 라멘의 하라주쿠 지점이 있다는 것을 떠올려낸 나는 목적지를 '하라주쿠'로 급 변경했다.
耿君 識
다음 편에 계속
# by | 2009/05/14 10:50 | 일본에 가다 | 트랙백 | 핑백(2)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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