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또 왔다 02 - 간다 신사

지난 편에 이어서

유시마 성당에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나는 문득 이정표에 '간다 신사[神田神社]' 또는 '간다 묘진[神田明神]'이라 적혀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도쿄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인 간다 신사가 이 근처에 있다면 당연히 가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 나는 오차노미즈 역 쪽으로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간다 신사는 유시마 성당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있었다.

도쿄에 또 왔다 02
- 간다 신사

耿君이 삼가 지음


위치 상으로는 그리 멀지 않았지만, 표지판에 의존하여 길을 찾아가야 했기 때문에, 당시에는 길을 좀 돌아서 가게 되었다. 위의 지도 속 빨간 선대로 걸어들어가 간다 묘진, 즉 간다 신사를 만나게 되었다. 정식 명칭은 간다 신사가 맞지만, 간다 묘진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린다고 한다.
드디어 발견한 간다 신사의 모습. 오래된 신사라고 하기에는 건물이 많이 상큼해보인다. 나중에 안내판의 설명을 보고 안 것이지만, 이 신사 역시 간토 대지진 때 신사 건물이 불에 타서 철근콘크리트와 옻을 이용한 건축으로 재건한 것이라고 한다. 이후 여러 차례의 보수와 재건을 거쳐 지금에 이른 것이라고.
아 드디어 정문 앞에 도착했다. 선명한 붉은 색에 화려한 금빛 치장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히라이즈미에서 보던 퇴락한 사찰 건물들이나 시오가마 신사의 건물들과는 다른 맛을 자아내고 있었다.
이 신사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도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신사라고 하며, 그 건립연도는 730년이라고 전한다. 원래는 지금의 지요다 구[千代田區] 오테 정[大手町] 일대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막부를 개창하며 에도 성을 확장 공사할 무렵에 지금의 위치로 옮겨왔고, 이후 에도 총진수(總鎭守)로서 많은 이들의 존숭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모셔진 제신(祭神)은 셋인데, 첫째 신은 오나무치노미코토[大己貴命], 일반적으로 다이코쿠로 불리는 신이며, 둘째 신은 스쿠나히코나노미코토[少彦名命], 즉 에비스 신이다. 또 셋째 신은 다이라노마사카도노미코토[平將門命]이다. 그런데 이 셋째 신은 실존했던 역사적 인물이 신으로 모셔진 케이스인데, 다이라노 마사카도(?~940)는 헤이안 시대 간토 지방의 무사로, 무사들 간의 분쟁을 계기로 하여 939년에 히타치노쿠니의 국부(國府)를 습격하고 동국(東國) 지역을 장악하였다. 마사카도는 자신을 신황(新皇), 즉 새로운 천황이라 칭하며 자신의 동생과 지지 세력가들을 간토 지방의 국사(國司)에 임명해서 간토의 독립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결국 이듬해에 반대하는 호족 세력들에 의해 패배하고 목숨을 잃고 말았다. 마사카도가 간토를 지배하는 동안 간토의 세력가들과 민중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었기 때문에, 마사카도 사후에도 그를 영웅으로 추앙하는 분위기가 계속되었고, 그로 인해 10세기 말부터 마사카도의 죽음에 대한 영험한 기담들이 형성되기 시작해 유포되었다. 그와 관련해서 생겨난 것이 바로 마사카도의 목 무덤이다. 마사카도의 목은 베어져서 교토에 보내졌는데, 어느날 그것이 갑자기 치솟아올라 옛 간다 신사 근처로 떨어졌고, 이후 그 일대에 재앙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사카도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신사 근처에 마사카도의 목 무덤을 만들었고, 그를 신으로 모셨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문 옆에 낯익은 글씨들이 보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랏! 한국어다! 한국어 외에도 중국어, 영어로 간다 신사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는 이 큰 안내판은 미쓰이 물산 주식회사라는 곳에서 기증하여 만든 것이라고 한다.
안내문은 비교적 상세하게 간다 신사의 유래와 역사, 그리고 그 제신과 풍속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다. 이곳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도움이 되는 안내문이로고.
안으로 들어가니 신전이 보인다. 이 어신전(御神殿)은 비록 간토 대지진 때는 피해를 면하지 못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도쿄 대공습 당시에는 일부의 손상을 제외하고는 화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한다.
어신전 왼쪽에는 간다 신사와 함께 있는 작은 규모의 신사들이 늘어서 있었다. 위 사진 속 신사는 우오가시 스이진자[魚河岸水神社]이다. 겐나[元和] 연간(1615~1624)에 세워진 이 신사에 모셔진 신은 미쓰하노메노미코토[彌都波能賣命]로, 도쿠가와 가문의 무운 장구와 대어(大漁) 안전을 빌기 위한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옆에 있는 또 하나의 신사는 이름이 '에도 신사[江戶神社]'이다. 신사의 설명문에 따르면 이 신사는 702년에 창건되었으며 오에도[大江戶]에서 가장 오래된 지주신(地主神) 신사라고 하는데, 그러면 간다 신사보다도 더 이전에 세워진 신사가 아닌가? 여기 모셔진 신은 다케하야스사노오노미코토[建速須佐之男命], 즉 아마테라스의 동생으로 일본 신화에서도 유명한 스사노오이다. 에도 다이묘진[江戶大明神] 또는 에도 천왕[江戶天王]으로 불리는 이 스사노오가 에도 신사에 모셔지게 된 것은, 에도에 거주하던 에도 가문의 우지가미[氏神]로 존숭되었기 때문이다. 원래는 지금의 황거가 있는 자리에 있었다고 하는데, 1616년에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고 한다.
신사 경내에 있는 에비스 신 석상의 모습. 앞서도 언급했지만 에비스 신은 이 신사의 니노미야[二宮], 즉 두번째 신이다.
이것도 에비스 신의 다른 모습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느새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나는 신사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정문 밖에 나와서 문득 왼쪽을 보니, '에도 국학 발상의 땅'이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 여기에 그런 의미가 깃들어 있구나 하고 신기해하며 사진 한 방.
거대한 도리이를 보면서 나는 간다 신사를 뒤로 했다. 퇴근길의 회사원들이 신사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갈길을 서두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큰길가로 나오니 유시마 성당의 뒷모습이 보인다. 정말 용마루와 처마 쪽 치미 내지 잡상이 매우 특이해보인다. 어쨌든 이제 다음 목표는 간다 강 건너에 있는 니콜라이당.

耿君 識

다음 편에 계속

* 간다 신사[神田神社]

홈페이지: http://www.kandamyoujin.or.jp/

by 耿君 | 2009/05/04 01:39 | 일본에 가다 | 트랙백 | 핑백(3) | 덧글(8)

트랙백 주소 : http://hyunk02.egloos.com/tb/217380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Linked at 耿君春秋 : 도쿄에 또 왔다 .. at 2009/05/04 01:40

... 물들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처마에 달린 잡상 및 용마루의 치미 같은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하는 수 없이 멀리서 구경하는 데에 만족하며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耿君 識다음 편에 계속* 유시마 성당[湯島聖堂]주소: 東京都文京区湯島1-4-25전화: (사문회 사무국) 03-3251-4606홈페이지: http://www.seido.or.jp/inde ... more

Linked at 耿君春秋 : 도쿄에 또 왔다 .. at 2009/05/10 14:14

... 지난 편에 이어서간다 신사를 나와서 다시 유시마 성당을 옆에 끼고 히지리바시 앞으로 왔다. 어느덧 날이 많이 어두워져서 이제 주변 건물들은 남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이번에 찾아가는 곳은 ... more

Linked at 耿君春秋 : 내가 조선의 국모.. at 2009/09/21 03:52

... 개화파 도당으로 지목되어 화를 입을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일본에 도착한 이주회는 약 3년간의 망명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와타나베[渡邊]라는 사람의 딸과 함께 간다 묘진[神田明神] 밖에 기거했다고 한다. 이주회가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같이 사는 와타나베 여인이 그것을 내다 팔아 돈을 식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외롭고 고달프고 의지할 ... more

Commented by 迪倫 at 2009/05/04 05:58
에비수가 역시 복록-재물- 무역과 관련있는 신이라서 미쓰이가에서 원래 후원을 해온 것인가요? 다이코쿠로는 잘 모르겠지만, 에비수는 미쓰이집안의 가신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Commented by 耿君 at 2009/05/04 10:45
그냥 기업이 신사에 기부를 한 것이지, 굳이 그렇게까지 연관을 지으실 필요는 없지 않나 싶네요 ㅎㅎ;;;
Commented by 迪倫 at 2009/05/04 17:36
뭐든 이런 게 원래는 이런 유래가 있는게 아닐까 하고 들여다보는게 취미/병이 되어서인지 너무앞서 나갔나 봅니다. 하즈카시----_-;;
Commented by 耿君 at 2009/05/04 17:41
아뇨 오히려 제가 무심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ㅎㅎ
Commented by 진성당거사 at 2009/05/04 09:22
그런데 철근콘크리트로 재건한 건물인데도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어있다는 말일까요??
Commented by 耿君 at 2009/05/04 10:46
철근콘크리트로 지었다고는 해도 1930년대로 치면 꽤나 유니크한 건물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신사 건물은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대개 원래의 건축양식을 보존하기 때문에 새로 지어도 문화재로서 인정하는 듯 합니다.
Commented by rumic71 at 2009/05/04 13:27
마사카도 수총은 오늘날까지도 심령스팟으로 유명하지요.
Commented by 耿君 at 2009/05/04 17:41
예 예전에 얘기해주셨지요.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