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가마솥 05 - 오카마 신사

지난 편에 이어서

난 사실 오카마 신사를 방문할 당시에는 '오카마'가 '남성 동성애자 중의 일부나 여장을 하는 남성'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것도 여행기를 작성하면서 모 블로거의 리플을 통해서 그 뜻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오카마 신사의 '오카마[御釜]'는 말 그대로 귀하신 가마솥을 말하는 것이지만, '오카마'의 다른 뜻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웃음이 빵 터질 법한 이름이다. 하지만 내가 오카마 신사를 찾아갔을 당시 그곳에서 그런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냥 평범하고 한적하기 그지없는 동네 신사일 뿐이었다.

소금 가마솥  05
- 오카마 신사

耿君이 삼가 지음


독자 분들의 참조를 위해 1편의 지도를 다시 가져왔다. 시오가마 신사 박물관을 나와 길을 건너서 안으로 들어간 골목길에서 오카마 신사를 찾아낼 수 있었다. 도로가 공사중이라 다소 번잡했지만 어찌어찌 해서 신사 앞에 도착했다.
여기가 바로 오카마 신사. 이 신사에는 시오가마의 역사를 대표하는 소중한 물건이 모셔져 있다.
한 여성 분이 참배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오른쪽에 있는 신사 사무실 쪽에 신관 한 분이 앉아계셨는데, 카메라를 들고 관광객 분위기를 폴폴 내는 것이 좀 머쓱해서, 나는 조심조심 소심하게 안으로 들어가 구경을 시작했다.
짠! 이것이 신사 안쪽에 있는 오카마[御釜] 또는 가미카마[神釜]라 불리는 네 개의 가마솥이 모셔져 있는 곳이다. 시오가마에서 옛날에 제염을 할 때 사용하던 소금 가마솥들을 신물로 삼아 이렇게 이중 삼중으로 봉인하여 보관하고 있었다. 아마도 특정한 날에 의식을 하면서 이 가마솥을 공개할 것이리라.
신사 한켠에는 위 사진과 같은 오카마 신사의 사적과 전설에 관한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시오가마에서 가마솥을 이용해 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얻어내는 방식의 제염업을 시작한 것은 헤이안 시대 무렵으로 추정되며, 1300년 무렵에 그려진 시오가마 항구의 풍경화에는 두 개의 큰 가마솥이 그려져 있어, 이 시기부터 가마솥은 시오가마의 상징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네 개의 가마솥은 언제 만들어진 것일까. 그것은 명확하지 않지만, 에도 시대 초기의 시오가마를 그린 그림에 네 개의 가마솥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이 무렵에는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이 가마솥에는 뚜껑이 없는데, 여기에는 늘 물이 차 있어서 마르지도 넘치지도 않는다고 한다. 만약 세상에서 무슨 변고가 생긴다면 그 전조로 가마솥 안에 있는 물의 색깔이 변한다고.

오카마 구경을 마치고 나니 어느덧 10시 45분이 다 되었다. 이제 혼시오가마 역으로 가서 센다이로 가는 기차를 타야지.
가는 길에 발견한 괴이한 형상의 닭머리를 단 수레. '시오가마 상공회의소 청년부'라는 말이 적혀 있는 것을 보아하니, 아마도 축제나 퍼레이드 때 쓰이는 수레인 모양이다.
서둘러 발길을 재촉하는데 문득 거리에서 바다의 내음이 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새 내 옆에는 어물전들이 있었다. 두어 걸음 더 가서 오른쪽으로 난 골목을 쳐다보니, 이 골목은 이자카야 골목이구나. 낮에 보는 시골 동네의 술집 골목은 어쩐지 쓸쓸하다. 밤이 되면 어르신들과 술내음으로 채워지려나. 사진을 한 장 찍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11시를 몇 분 남겨두고 드디어 혼시오가마 역에 도착했다. 자 이제 열차를 타자. 나는 떠난다, 잘 있거라, 소금 가마솥의 마을.

그런데 ......

이럴수가. 열차 시각표를 보니 11시 13분에 센다이 행 열차가 온다. 지금 당장 11시 열차를 타야 11시 26분에 출발하는 신칸센 하야테 열차를 탈 수 있는데 말이다. 뭐 JR 패스를 사용하고 있으니까 신칸센 예약이야 취소하고 열차 시간을 바꾸어서 새로 표를 끊으면 되는 일이지만, 에미와 신칸센 열차 안에서 만나기로 하지 않았는가! 연락처도 받아놓지 않아 연락을 해줄 수도 없고... 본의 아니게 바람맞힌 꼴이 되어서 미안해졌다. 택시를 타고 갈까, 버스를 타고 갈까, 별의별 생각을 다 해보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11시 26분 열차는 탈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하는 수 없이 11시 13분 열차를 타고 센다이 역으로 가서 그 다음 하야테 열차를 타고 도쿄로 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난 다시는 에미를 볼 수 없었다.

플랫폼에서 나는 도쿄의 호텔 마루추[丸忠]에 전화를 걸었다. 원래 11시 26분 열차를 타고 도쿄에 도착해서 13시에 체크인 할 요량으로, 호텔 측에 예상 체크인 시각을 13시라고 알려주었기 때문에, 일정이 지체되어 조금 늦게 체크인할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다행히도 괜찮다고 한다. 자정 전에 아무 때나 오시란다.

도호쿠 본선 열차에 몸을 실은 나는 센다이에 도착했다. 12시에 얼른 신칸센 매표소로 가서 12시 26분에 출발하는 신칸센 하야테 열차 표를 구했다. 그리고 코인 라커에서 짐을 찾아 바리바리 싸들고 서둘러 개찰구로 갔다. 아직 열차가 올 시간이 한참 남았지만, 아까 열차를 놓친 것 때문에 더 일찍 플랫폼 위에 섰다.

耿君 識


다음 편에 계속

by 耿君 | 2009/04/08 00:29 | 일본에 가다 | 트랙백 | 핑백(2)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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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져 있는 이정표를 보고 가는 길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그 이정표에는 혼시오가마 역 외에도 나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장소 하나가 더 적혀 있었다.'오카마 신사[お釜神社]'耿君 識다음 편에 계속 ... more

Linked at 耿君春秋 : 일본도 식후경 0.. at 2009/04/10 00:58

... 소금 가마솥 05에 이어서신칸센 열차가 오기 전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었는데, 문득 지금이 점심을 먹을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11시 26분에 출발하는 열차를 탔으면 ... more

Commented by Tabipero at 2009/04/08 00:50
도호쿠"본선"의 배차간격을 무시하면 안 되겠지요!

저는 매번 호텔을 예약할 때, '몇 시에 올 거냐'는 것을 입력하기가 곤란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바로 호텔에 들러 체크인할 요량이라면 괜찮겠지만 대부분은 다른 곳을 들렀다 오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거든요. 그래서 그런 경우에는 일부러 늦은 시각을 적어 냈습니다. 혹여 일찍 갔는데 방이 정리되지 않았다면 기다려야 하지만 그런 건 감수해야겠지요.

가기 전에 열심히 계획을 짜지만 좀처럼 계획대로 되지가 않는 것, 그것도 여행의 재미겠지요(에미 씨의 경우는 딱하게 됐습니다만).
Commented by 耿君 at 2009/04/08 08:59
이번에 도호쿠 본선의 무서움을 체감했습니다. ㅎㄷㄷ
Commented by rumic71 at 2009/04/08 01:02
저도 작년에 오오사카 갔을 때 공항에서 예정보다 많이 늦어져서 (그놈의 지문 땜에...) 특급 타고 난바까지 가서 허둥지둥 전화를 했던 적이 있군요.
Commented by 耿君 at 2009/04/08 08:59
그래도 어지간하게 늦는 게 아니면 대개는 체크인이 가능하더군요.
Commented by rumic71 at 2009/04/09 01:04
사실 예약할 때에는 약관이 1시간 이상 연락 없이 늦으면 임의 캔슬이라고 해서 허둥댔는데, 나중에 보니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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