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다이의 밤 01 - 히라이즈미를 떠나며

사소한 발견 in Japan 02에 이어서

히라이즈미 역에 도착한 나는 이치노세키로 가는 열차가 언제 오나 하고 시간표를 쳐다보았다. 앗! 바로 지금이잖아!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 저 멀리 보이는 플랫폼으로 열차 하나가 유유히 빠져나가려 하고 있었다. 다시 시간표를 살펴보니 다음에 오는 열차는 한 시간 뒤에나 온다. 하는 수 없이 역의 맞이방 의자에 걸터앉아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센다이의 밤  01
- 히라이즈미를 떠나며

耿君이 삼가 지음


열차 한 대를 놓쳐 허송세월하게 되었지만, 원래의 여행 계획에는 차질이 없었다. 히라이즈미에서의 관광이 생각보다 일찍 끝났기 때문이다.
맞이방에서 플랫폼과 철로 쪽을 향한 유리창에는 곳쿠리안[こっくり庵]이라고 적힌 나무 팻말이 달려 있었다. 우리나라 말로 해석하면 '꾸벅암' 정도? 재치있는 작명인 것 같다. 나도 맞이방 이름대로 '꾸벅꾸벅'해볼까 하고 의자에 앉아 보았지만, 노곤하기는 해도 잠이 오지는 않았다. 그러다 옆에 있는 매점을 보고 문득 재용이가 떠올랐다.

히라이즈미에서 이치노세키로 간 다음, 이치노세키에서 신칸센을 타고 센다이 역에 내려서, 나는 고등학교 때 친구인 재용이를 만나기로 했다. 도호쿠 대학에서 대학원생으로 있는 재용이와는 지난 2004년에도 센다이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일본에서 만나는 건 그때 이후 4년만이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친구에게 뭔가 선물을 하나 해주고 싶었다. 나는 매점으로 가서 히라이즈미의 특산품들을 둘러보았다. 뭐니뭐니해도 지방 특산품 중 최고는 역시 '먹는 것'. 그 중에서도 먹기 편하면서 부담스럽지 않은 과자나 떡 같은 것을 골라보았다.
나의 선택은 바로 벤케이 지카라모치[辨慶力餠]. '지카라모치'는 力持라고 써서 힘이 센 장사라는 뜻도 있지만, 力餠이라고 쓰고 먹으면 힘이 나는 떡, 씨름 흥행장에서 파는 떡 등의 의미도 가진다. 벤케이가 장사였다는 데에서 고안해낸 이름일 것이다. 8개들이 한 상자를 600엔에 구매했다. '재용이가 좋아했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자, 어서 친구를 만나고 싶어졌다. 벤케이 지카라모치가 어떻게 생긴 떡인지는 잠시 후 다음 편에서 공개!

나는 다시 의자에 앉아서, 석유난로를 쬐며 오늘의 여행을 정리했다. 여행 수첩에 이 날의 지출을 적고, 여행지에서의 감상과 이동경로 등을 기록해 놓았다. 그렇게 기다리다보니 드디어 열차가 올 시간이 다 되어갔다.
히라이즈미 역 승강장의 모습. 비는 그쳤지만, 날씨는 여전히 추웠다. 사람들도 몸을 움츠리고 열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열차를 재촉하는 것처럼 '지금 열차가 오고 있습니다. 주의하십시오'라는 남자 목소리로 녹음된 안내 멘트가 연이어서 방송되었다. 그런데 그때 마침 내가 타려는 상행선이 아닌 반대편 하행선에서도 열차가 오려는지, 이번에는 여자 목소리 안내 멘트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두 남녀(?)의 목소리가 겹쳐져서 묘한 화음을 이루고 있었다.
소리가 작게 녹음되었으니 음량을 키워서 들으시길 바란다. 화음 포인트는 마지막 'ごちゅういください
(주의해 주세요)'.

드디어 열차가 도착했다. 열차 안에서 히라이즈미 역을 바라보며 말없이 작별을 고했다. 히라이즈미에서 열차를 타고 간 나는 이치노세키 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갑자기 급격하게 허기짐을 느꼈다. 하긴 점심을 주먹밥 하나로 때웠으니 그럴만도 하다. 이제 곧 저녁시간이니까 버틸까 싶었지만, 아무래도 무리였다. 그래서...
일단은 허기진 속을 달래기 위해 팥빵과 우유를 산 다음, 이치노세키 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가면서 그것들을 먹었다. 팥빵은 홋카이도 도카치[十勝]산 팥을 이용한 팥소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보다는 우유에 더 눈이 갔는데,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우유팩이라 신기했다. 오후 5시 19분, 신칸센 야마비코 열차는 센다이 역에 도착했다.

耿君 識

다음 편에 계속

by 耿君 | 2009/03/15 02:07 | 일본에 가다 | 트랙백 | 핑백(2)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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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다이의 밤 01에 이어서오후 5시 반, 센다이 역. 드디어 친구 재용이와 만났다. 재용이에게 히라이즈미에서 산 벤케이 지카라모치를 선물로 주면서, 서울에서 미처 선물을 준비하지 못하고 조촐 ... more

Commented by Tabipero at 2009/03/17 00:33
테츠코의 여행에서도 '峠の力餅'가 등장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토호쿠 쪽의 여행이었던 걸로만 어렴풋이 기억하고 자세한 건 모르는데, 저것과 비슷한 것이겠지요...

다만 주인공 요코미 씨가 무슨 聖物이라도 되는 마냥 자꾸만 되뇌어서 이름만은 알고 있긴 합니다(아직도 성우의 억양과 함께 기억납니다). 아마 어떤 간이역에서 열차 대기시간동안 행상이 나와 팔았던가...그랬을 겁니다.
Commented by 耿君 at 2009/03/17 11:01
호오 그런 것도 있었군요. 데쓰코의 여행도 제대로 다 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ㅎ
Commented at 2009/03/2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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