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나라 02 - 주손지에 어서 오세요

지난 편에 이어서

이제 주손지 경내로 들어가자. 주손지[中尊寺]는 일본 천태종의 도호쿠 대본산으로, 이 절 역시 모쓰지와 마찬가지로 자각대사 엔닌이 850년에 창건했다고 한다. 히라이즈미의 모쓰지와 주손지, 그리고 마쓰시마의 즈이간지[瑞巖寺], 야마가타의 릿샤쿠지[立石寺] 모두 자각대사 엔닌이 터를 연 것이라고 하며, 이 네 개의 절은 마쓰오 바쇼도 『오쿠노 호소미치[奧の細道]』 기행에서 순례한 절들이다. 이를 사사회랑(四寺廻廊)이라 하는데, 참배를 하면서 사대 명찰의 도장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주손지에서는 '佛', 즈이간지에서는 '法', 릿샤쿠지에서는 '僧', 모쓰지에서는 '寶' 도장을 받으면 '불법승보(佛法僧寶)'라는 도장이 완성된다고.

황금의 나라  02
- 주손지에 어서 오세요

耿君이 삼가 지음


경내 입구의 모습. 오른쪽에는 관산(關山) 주손지라는 산 이름과 절 이름이 적혀 있다.
입구에서부터 이어지는 이 언덕의 이름은 쓰키미자카[月見坂]. 즉, 우리 말로 하면 달맞이 언덕이다. 길은 포장이 되어 있었는데, 초반에는 꽤 가파른 편이었다.
어느 정도 걸어올라가자 길의 경사도가 많이 줄었다. 그리고 키가 매우 큰 소나무들이 울창하게 길 양옆을 채우고 있었다. 자연의 위엄이 느껴지는 그런 풍경이었다.
한참을 가다보니 왼쪽에 '하치만도[八幡堂]'라는 건물이 나왔다. 이 당우는 일본의 신 중 하나인 하치만 신을 모신 신당이다. 하치만 신은 일본에 불교가 들어왔을 때 가장 빨리 불교와 융합된 신으로, 하치만 대보살로 존숭되어 왔는데, 오진 천황[應神天皇]을 제사지내던 전통 신앙에서 출발하였다고 한다. 이것이 나아가 천황의 조상신, 국가의 수호신으로 모셔지고, 나중에는 천황가에서 갈라져 나온 겐지[源氏]의 조상신이 되었다. 전구년 전쟁 당시 아베 가문을 토벌하러 온 미나모토노 요리요시, 요시이에 부자가 바로 여기 쓰키미자카에서 하치만 신에게 전승을 기원하였다고 하며, 그런 연유로 주손지에 하치만 대보살이 모셔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메이지 시대 신불분리의 정책에 따라, 불당이던 것이 하치만도라고 명칭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하치만도의 모습. 인적이 드문 길가에 세워져 있어서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불경함을 무릅쓰고 내부 사진을 살짝 찍어보았다. 안에는 하치만 신의 존영 그림이 모셔져 있는데, 활을 들고 있는 무인의 모습이다. 하치만 신이 국가의 수호신으로도 모셔진다고 하더니 과연 그래보였다.
한참을 더 걸어갔더니 이번에는 길 왼편에 벤케이도[辨慶堂]가 모습을 드러냈다.
벤케이도라는 것은 과연 무사시보 벤케이와 관련이 있는 곳이었다. 오슈 후지와라 가문 시대에 오방진수를 위해 화재 방지의 신으로 본존승군지장보살을 이 당우에 모셨는데, 그 옆에 요시쓰네와 벤케이의 목조상도 안치하였다고 해서, 이름이 벤케이도가 된 것이었다. 이 당 안에 안치된 벤케이 상은 1189년 고로모가와에서 선 채로 최후를 맞을 때의 비분강개한 모습을 조각했다고 한다. 또 이 불당에 있는 보물 중에는, 요시쓰네와 벤케이가 아타카노세키를 지날 때 메고 있었다던 가마쿠라 스타일 책상자(수도승, 수행자들이 식기, 옷, 불구, 책 등을 넣고 메고 다니는 용도로 사용)도 있다고 한다. 과연 그때 그 책상자인지는 잘 모르겠다.
도리이 사이로 보이는 벤케이도의 모습. 가까이 가서 요시쓰네 공과 벤케이의 목상을 살펴보았다. 벤케이 상은 험상궂은 이미지가 딱이었고, 요시쓰네 상은 생각했던 이미지(약간 핸섬한 스타일?)와는 달라서 좀 그랬다. 내부 사진을 찍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어서 사진은 찍지 않았다.
길 오른편으로 전망대 비슷한 공간이 있어서 가까이 가보니 히라이즈미의 들판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들판의 오른쪽으로 고로모가와가 흘러간다. 저 고로모가와에서 벤케이는 무수한 상처를 입고 비장한 죽음을 맞이했을 터였다. 이미 많은 시간이 흘러서, 자연은 남았는데 인걸이 간 데 없다. 나는 다시 가던 길을 재촉했다.
주손지 경내는 상당히 넓었고, 그만큼 다양한 종류의 불당들이 많이 존재했다. 위 사진에 나와있는 곳은 약사당. 약사여래를 모신 곳인데, 불당 앞에 세워져 있는 깃발에 적힌 '약사유리광여래(藥師琉璃光如來)'라는 말이 상당히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번에는 그 옆에 있는 관음당. 관세음보살이 모셔진 곳이다. 이런 식으로 각종 부처와 보살을 모신 불당이 어림잡아 한 열대여섯 곳은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좀 보다보니 그 건물이 그 건물 같고 비슷비슷해보여서 약간 질리는 감도 없잖아 있었다. 나는 '언제쯤이면 메인 스테이지가 등장하나' 하는 생각을 하며, 비내리는 언덕길을 걷고 있었다.

耿君 識

다음 편에 계속

by 耿君 | 2009/02/19 19:14 | 일본에 가다 | 트랙백 | 핑백(2)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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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웠다고 한다. 그 시 구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색 변치 않는 / 소나무 주인이네 / 무사시보여色かえぬ 松のあるじや 武藏坊耿君 識다음 편에 계속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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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편에 이어서주손지는 자각대사 엔닌에 의해 세워졌다고 하지만, 역시나 제대로 된 위용을 갖추게 된 건 오슈 후지와라 시대에 이르러서이다. 초대 당주 후지와라노 기요히라가 이 절에 다보 ... more

Commented by 진성당거사 at 2009/02/19 20:15
다섯번째 사진은 해지고 와서 보면 공포영화 분위기가 따로 없을 것 같은 느낌이.......;;;
Commented by 耿君 at 2009/02/19 22:39
흠 그런가요;;
Commented by 악희惡戱 at 2009/02/19 20:20
왜 전 '참 잘했어요'가 생각나는 걸까요;;;;;
Commented by 耿君 at 2009/02/19 22:39
뭐 비슷한 걸까요-_-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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