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2월 13일
닷코쿠의 전설 07 - 주먹밥과 부적
사소한 발견 in Japan 01에 이어서
빗속을 뚫고 먼 길을 걸어 다시 닷코쿠노이와야 앞에 돌아와 보니 시각은 12시 20분 경. 이제 36분에 올 버스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 일만 남았다. 버스정류장 앞에 서있으려고 했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비가 많이 왔다. 하는 수 없이 닷코쿠노이와야의 사무소로 가서 그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며 버스를 기다렸다. 사무소 안에는 나에게 표를 파신 할아버지와 또 한 분의 할아버지가 계셨다. 일본 여행에 온 목적 중 하나가 '사람을 만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할아버지들께 말을 걸어보려고 했지만, 이미 두 분이 대화중이신지라 여의치 않았다.
닷코쿠의 전설 07
- 주먹밥과 부적
耿君이 삼가 지음
그렇게 처량맞게 비를 쳐다보며 처마 밑에서 발을 동동거리며 서 있는데, 사무소 앞으로 한 할머니가 지나가신다. 그 할머니는 사무소 안으로 들어가서 할아버지 두 분과 이야기를 잠시 나누시더니, 다시 내 앞을 지나치시며 본당 쪽으로 들어가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는 음식물이 담긴 접시를 들고 사무소 앞에 나타나셨다. 그리고 나에게 말을 걸어오셨다.
"누구 기다리나요?"
"아, 버스를 기다립니다."
할머니는 그 질문 한 마디를 던지고 다시 사무소로 들어가셨다. 아마도 점심 식사 준비를 하시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할머니가 다시 사무소 문을 열고 나오셔서 내게 뭐라 말씀을 하셨다. 나는 잘 들리지 않아서 그냥 웃으면서 머쓱하게 고개를 끄덕였는데, 도로 들어가신 할머니가 나에게 주먹밥과 쓰케모노(절임류 반찬)를 주시면서 말씀하셨다.
"점심 먹을 때니까 이 주먹밥 좀 먹어요."
아까 하신 말씀은 나보고 '주먹밥을 좀 먹겠느냐'고 물으시는 것이었던 모양이다. 나는 깜짝 놀라서 할머니께 말했다.
"헤에, 이거 제가 먹어도 되는 건가요?"
"괜찮아요. 어서 들어요."
"아유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접시를 받고 잠시 머뭇거렸다. 그냥 손으로 집어먹어도 되는 건가 싶었다.
"저기 이거 그냥 손으로 먹어도 되는 건가요?"
"그럼요, 손으로 먹어도 돼요. 젓가락을 쓸래요?"
할머니는 이내 나에게 젓가락 한 쌍을 주셨다. 하지만 나는 그냥 손으로 먹기로 했다. 이런 주먹밥은 젓가락으로 집는 것보다 손으로 집어먹는 게 더 좋다. 나뭇잎사귀에 싸인 하얀 주먹밥 속에는 우메보시(매실절임)가 들어 있다. 주먹밥을 꾸역꾸역 먹고 있자니, 할머니께서는 차도 한 잔 곁들이라면서 묽은 말차(抹茶) 한 잔을 따라주셨다. 따끈한 차 한 모금을 목구멍으로 넘기니, 비바람 속에서 고생하던 육신이 잠시나마 안정을 찾는 것 같았다. 할머니의 온정도 느껴졌다. 옆에 놓인 쓰케모노도 함께 먹었는데, 짭짤하면서 싱그러운 야채의 풍미가 입안에 감도는 것이 아주 맛이 좋았다.
"아 이거 정말 맛있네요."
"호호, 절에서 대충 먹는 음식인데 입에 맞으려나 했는데 다행이네요."
사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가쓰라이시[髢石]의 '髢'자를 어떻게 읽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냥 머리카락, 가체라는 뜻인 것은 알았는데, 한자 독음을 몰랐었다. 그래서 할머니께 여쭤보았더니, 그 글자는 '가쓰라'라고 읽는다고 알려주셨다. 더불어서 히메마치노 타키와 가쓰라이시에 대해 다시 한 번 설명해주셨다.
뜻하지 않게 점심 대접을 받게 된 나는 할머니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가방 속에서 하회탈 핸드폰줄 하나를 꺼냈다.
"정말 감사히 잘 먹었어요. 보답하는 의미에서 작은 선물 하나 드릴게요."
"아이구, 뭐 그런 걸 줄려고 해요. 괜찮아요."
"아뇨 아뇨, 조그마한 거예요. 받으세요."
"그거 혹시 다른 사람 주려고 갖고 온 거 아닌가요?"
"아니에요. 원래 이렇게 고마운 분들께 드리려고 준비한 거니 걱정 마세요."
"아유 고마워요."
"그 봉투 안에 들은 게 뭐냐면요, 사실 제가 한국에서 왔거든요?"
"에? 한국인이에요?"
역시나 할머니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아시고 깜짝 놀라신다. 일본어가 유창해서 일본인 학생인 줄만 알았다고 하시기에, 멋적게 머리를 긁었다. 할머니는 뒤에서 식사를 하시던 할아버지에게 '이 학생이 한국에서 왔대요' 하고 말씀하셨다. 내가 '한국의 전통 가면 연극에서 사용하는 가면이 달린 핸드폰 줄'이라고 설명드린 순간, 할머니는 봉투를 열어보시고는 탄성을 지르셨다.
"어머 예쁘다. 이거 봐요 할아범. 예쁘지 않아요?"
할머니는 이어서 말씀하셨다.
"이 할아버지가 88년도에 서울 올림픽 할 때 한국에 갔다왔거든. 나는 못갔고 호호호."
그러자 할아버지가 하회탈 핸드폰 줄을 보며 말씀하셨다.
"오 이거 큰 가면 같은 거 아닌가?"
나는 그 말을 듣고 "네 원래는 더 커서 실제로 착용하고 공연을 하지요"라고 대답했는데,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반응이 좀 이상하다.
알고보니 할아버지는
"오 이거 큰 가면(大きな仮面:오오키나 카멘) 같은 거 아닌가"라고 말씀하신 게 아니라
"오 이거 오키나 가면(おきな仮面:오키나 카멘) 같은 거 아닌가"라고 말씀하신 것이었다.
하회탈 핸드폰 줄에 달려 있는 탈은 양반탈이었는데, 그것을 할아버지는 일본의 가면 연극에서 등장하는 노인(오키나) 가면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건데, 나는 그걸 '큰 가면'으로 잘못 알아들은 것. 나는 크게 웃으며, 잘못 알아들었다고, 오키나 가면이 맞고 '양반탈'이라 불린다고 알려드렸다.
할머니는 "선물을 줬으니 나도 뭔가 선물을 줘야겠네" 하시며 부적 진열대에서 부적 하나를 꺼내서 주셨다. 몇백 엔 주고 사야 되는 부적을 선뜻 꺼내주셔서, 처음에는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나중에는 감사히 받아들었다.
그때 받은 부적은 위 사진과 같이 생긴 것이다. 닷코쿠의 약사여래상이 비닐 백 안에 들어 있다.
정면의 모습. 금빛 불상이 번쩍번쩍하다. 얼핏 보면 진짜 금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뒷면에는...
반야바라밀다심경의 전문이 깨알같은 글씨로 빼곡히 적혀 있는 종이가 접혀서 들어가 있었다. 나는 부적을 받고 다시 한 번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렸다. 그밖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다 보니 어느새 12시 반이 살짝 넘은 시간이 되었다. 할머니는 이제 버스 올 때가 되었으니 정류장 앞으로 가 있으라고 하셨다.
인사를 드리고 나오는 길에 찍은 사무소의 풍경 사진. 사무소 내부에 서 계신 분이 바로 그 할머니. 그리고 안쪽에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할아버지 두 분이 계셨다. 닷코쿠에서 느낀 친절과 정 때문에, 비록 비바람 부는 추운 날씨였지만 마음만큼은 훈훈해졌다. 할머니, 할아버지, 건강하세요~
12시 36분, 시간에 맞춰 이와테 현 교통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에 올라타서 내부를 살펴보니, 아까와는 달리 타고 있는 손님들이 서너 명 늘었다. 이제 닷코쿠를 떠나 주손지로 갈 차례이다.
다음 편에 계속
빗속을 뚫고 먼 길을 걸어 다시 닷코쿠노이와야 앞에 돌아와 보니 시각은 12시 20분 경. 이제 36분에 올 버스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 일만 남았다. 버스정류장 앞에 서있으려고 했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비가 많이 왔다. 하는 수 없이 닷코쿠노이와야의 사무소로 가서 그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며 버스를 기다렸다. 사무소 안에는 나에게 표를 파신 할아버지와 또 한 분의 할아버지가 계셨다. 일본 여행에 온 목적 중 하나가 '사람을 만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할아버지들께 말을 걸어보려고 했지만, 이미 두 분이 대화중이신지라 여의치 않았다.
닷코쿠의 전설 07
- 주먹밥과 부적
耿君이 삼가 지음
그렇게 처량맞게 비를 쳐다보며 처마 밑에서 발을 동동거리며 서 있는데, 사무소 앞으로 한 할머니가 지나가신다. 그 할머니는 사무소 안으로 들어가서 할아버지 두 분과 이야기를 잠시 나누시더니, 다시 내 앞을 지나치시며 본당 쪽으로 들어가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는 음식물이 담긴 접시를 들고 사무소 앞에 나타나셨다. 그리고 나에게 말을 걸어오셨다.
"누구 기다리나요?"
"아, 버스를 기다립니다."
할머니는 그 질문 한 마디를 던지고 다시 사무소로 들어가셨다. 아마도 점심 식사 준비를 하시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할머니가 다시 사무소 문을 열고 나오셔서 내게 뭐라 말씀을 하셨다. 나는 잘 들리지 않아서 그냥 웃으면서 머쓱하게 고개를 끄덕였는데, 도로 들어가신 할머니가 나에게 주먹밥과 쓰케모노(절임류 반찬)를 주시면서 말씀하셨다.
"점심 먹을 때니까 이 주먹밥 좀 먹어요."
아까 하신 말씀은 나보고 '주먹밥을 좀 먹겠느냐'고 물으시는 것이었던 모양이다. 나는 깜짝 놀라서 할머니께 말했다.
"헤에, 이거 제가 먹어도 되는 건가요?"
"괜찮아요. 어서 들어요."
"아유 정말 감사합니다."

"저기 이거 그냥 손으로 먹어도 되는 건가요?"
"그럼요, 손으로 먹어도 돼요. 젓가락을 쓸래요?"
할머니는 이내 나에게 젓가락 한 쌍을 주셨다. 하지만 나는 그냥 손으로 먹기로 했다. 이런 주먹밥은 젓가락으로 집는 것보다 손으로 집어먹는 게 더 좋다. 나뭇잎사귀에 싸인 하얀 주먹밥 속에는 우메보시(매실절임)가 들어 있다. 주먹밥을 꾸역꾸역 먹고 있자니, 할머니께서는 차도 한 잔 곁들이라면서 묽은 말차(抹茶) 한 잔을 따라주셨다. 따끈한 차 한 모금을 목구멍으로 넘기니, 비바람 속에서 고생하던 육신이 잠시나마 안정을 찾는 것 같았다. 할머니의 온정도 느껴졌다. 옆에 놓인 쓰케모노도 함께 먹었는데, 짭짤하면서 싱그러운 야채의 풍미가 입안에 감도는 것이 아주 맛이 좋았다.
"아 이거 정말 맛있네요."
"호호, 절에서 대충 먹는 음식인데 입에 맞으려나 했는데 다행이네요."
사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가쓰라이시[髢石]의 '髢'자를 어떻게 읽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냥 머리카락, 가체라는 뜻인 것은 알았는데, 한자 독음을 몰랐었다. 그래서 할머니께 여쭤보았더니, 그 글자는 '가쓰라'라고 읽는다고 알려주셨다. 더불어서 히메마치노 타키와 가쓰라이시에 대해 다시 한 번 설명해주셨다.
뜻하지 않게 점심 대접을 받게 된 나는 할머니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가방 속에서 하회탈 핸드폰줄 하나를 꺼냈다.
"정말 감사히 잘 먹었어요. 보답하는 의미에서 작은 선물 하나 드릴게요."
"아이구, 뭐 그런 걸 줄려고 해요. 괜찮아요."
"아뇨 아뇨, 조그마한 거예요. 받으세요."
"그거 혹시 다른 사람 주려고 갖고 온 거 아닌가요?"
"아니에요. 원래 이렇게 고마운 분들께 드리려고 준비한 거니 걱정 마세요."
"아유 고마워요."
"그 봉투 안에 들은 게 뭐냐면요, 사실 제가 한국에서 왔거든요?"
"에? 한국인이에요?"
역시나 할머니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아시고 깜짝 놀라신다. 일본어가 유창해서 일본인 학생인 줄만 알았다고 하시기에, 멋적게 머리를 긁었다. 할머니는 뒤에서 식사를 하시던 할아버지에게 '이 학생이 한국에서 왔대요' 하고 말씀하셨다. 내가 '한국의 전통 가면 연극에서 사용하는 가면이 달린 핸드폰 줄'이라고 설명드린 순간, 할머니는 봉투를 열어보시고는 탄성을 지르셨다.
"어머 예쁘다. 이거 봐요 할아범. 예쁘지 않아요?"
할머니는 이어서 말씀하셨다.
"이 할아버지가 88년도에 서울 올림픽 할 때 한국에 갔다왔거든. 나는 못갔고 호호호."
그러자 할아버지가 하회탈 핸드폰 줄을 보며 말씀하셨다.
"오 이거 큰 가면 같은 거 아닌가?"
나는 그 말을 듣고 "네 원래는 더 커서 실제로 착용하고 공연을 하지요"라고 대답했는데,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반응이 좀 이상하다.
알고보니 할아버지는
"오 이거 큰 가면(大きな仮面:오오키나 카멘) 같은 거 아닌가"라고 말씀하신 게 아니라
"오 이거 오키나 가면(おきな仮面:오키나 카멘) 같은 거 아닌가"라고 말씀하신 것이었다.
하회탈 핸드폰 줄에 달려 있는 탈은 양반탈이었는데, 그것을 할아버지는 일본의 가면 연극에서 등장하는 노인(오키나) 가면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건데, 나는 그걸 '큰 가면'으로 잘못 알아들은 것. 나는 크게 웃으며, 잘못 알아들었다고, 오키나 가면이 맞고 '양반탈'이라 불린다고 알려드렸다.
할머니는 "선물을 줬으니 나도 뭔가 선물을 줘야겠네" 하시며 부적 진열대에서 부적 하나를 꺼내서 주셨다. 몇백 엔 주고 사야 되는 부적을 선뜻 꺼내주셔서, 처음에는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나중에는 감사히 받아들었다.

(부적 사진은 귀국 후 집에서 촬영)
그때 받은 부적은 위 사진과 같이 생긴 것이다. 닷코쿠의 약사여래상이 비닐 백 안에 들어 있다.



12시 36분, 시간에 맞춰 이와테 현 교통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에 올라타서 내부를 살펴보니, 아까와는 달리 타고 있는 손님들이 서너 명 늘었다. 이제 닷코쿠를 떠나 주손지로 갈 차례이다.
耿君 識
다음 편에 계속
# by | 2009/02/13 02:08 | 일본에 가다 | 트랙백 | 핑백(2)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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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제 블로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 훈훈한 온정이란... 아...
밥에 붙여논 잎사귀(?)도 먹을수 있는건가요?
글 잘 읽었습니다.
사실 일본인들은 정이 없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날 이후로 싹 사라졌다능요..
좋은 경험하셨네요..잘 읽고 갑니다..
일본도 시골 쪽으로 갈수록 사람들의 정이 더 많이 느껴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