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코쿠의 전설 05 - 히메를 기다리며 (1)

지난 편에 이어서

여기서 다시 아쿠로오의 전설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아쿠로오 일당은 다무라마로와 일전을 벌이기 전에, 수도[京]에까지 침략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때 아쿠로오는 히메기미[姬君]라는 아씨를 수도에서 보쌈해서 데려온 것이다. 그는 히메기미를 닷코쿠노이와야 상류의 '가고히메[籠姬]'란 곳에 가두고, 자신들은 '사쿠라노[櫻野]'라는 곳으로 가서 꽃구경을 하며 즐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히메기미는 아쿠로오 일당이 꽃구경을 간 틈을 타 도주를 시도한다.

닷코쿠의 전설  05
- 히메를 기다리며 (1)

耿君이 삼가 지음


하지만 히메기미가 도망갈 것을 우려한 아쿠로오 일당은 이미 도주하는 길목에 있는 한 폭포에 수하들을 매복시켜 놓았다. 히메기미의 도주 시도는 실패했고, 사람들은 그 폭포를 히메마치노 타키[姬待瀧], 즉 히메를 기다리는 폭포라고 불렀다. 아쿠로오는 히메기미가 두 번 다시 도주하지 못하도록 본보기로 그녀의 머리칼을 잘랐다. 그리고 그 머리채를 길목에 있는 큰 바위에 걸어놓았다. 그 바위가 바로 가쓰라이시[髢石], 머리카락바위라고 한다. 

다무라마로가 아쿠로오를 정벌하고나서 닷코쿠 세이코지를 건립한 후, 지증대사(智證大師) 엔친[圓珍]이 닷코쿠 세이코지의 별도로 떨어진 경내인 히메마치노 타키의 본존으로 히메마치 부동존을 모셨다. 이후 후지와라노 모토히라가 불당을 재건했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불당의 노후화가 심해졌기 때문에, 1789년, 비사문당 경내로 옮겨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 건물이 바로 1789년 폭포가 있던 곳에서 경내로 옮겨진 히메마치 부동당. '히메를 기다린다'는 독특한 이름은 바로 아쿠로오와 히메기미의 설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단청이 없어 화려하지 않으나, 매우 고풍스러운 느낌을 풍기는 건물이다.
건물 위는 띠로 엮은 지붕이 얹혀져 있는데, 다듬어놓은 처마에서 묘한 맛이 느껴진다. 우리나라의 초가지붕과는 다른 모습이라 더 인상적이다.
건물 기둥에 코끼리 머리가 조각되어 있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벽에는 부동존 앞으로 봉납된 칼들이 붙어 있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순간 '어이쿠' 소리가 나올 만큼 험상궂은 표정의 부동존 한 분이 앉아 계신 것을 볼 수 있었다. 얼핏 봐도 상당히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이 부동존 상은 계수나무 한 그루를 통째로 조각하여 만든 불상으로, 헤이안 후기에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일본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큰 부동존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히메'가 들어가서 뭔가 유한 느낌의 불상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전혀 빗나갔다. 오히려 히메를 기다리고 있는 병사의 모습 같아 보이기도 했다. 부동존은 제액, 방화(防火), 눈병 치료의 신이라고 한다. 부동당 앞에 있는 알가당[閼伽堂]의 물로 눈을 씻으면 눈에 좋다고 한다.
히메를 기다리는 부동존을 뒤로 하고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금당.
금당은 사찰의 중심이 되는 건물인데, 비사문당에 밀린 감이 좀 있다. 그런데 금당 건물이 너무 새로 지은 티가 많이 났다.
원래 이 금당은 강당이라고도 불렸고, 802년에 닷코쿠 강 맞은 편의 계곡에 세워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1490년 큰 화재로 소실된 이후 에도 시대부터는 손님을 맞이하는 객전이 금당 역할을 하게 되었다. 즉, 지금 자리는 원래 객전이었다는 것. 하지만 이 객전마저도 메이지 초기 폐불훼석의 바람에 휘말려 파괴되고 말았다고 한다. 쇼와 62년(1987)에 재건을 시작해서, 헤이세이 8년(1997)에 완성을 했기 때문에 건물이 이렇게 새것이었던 것. 하지만 공법 자체는 옛부터 전해지는 건축 기법을 사용하였다고. 본존으로 신쿄 산인[眞鏡山人]이란 사람이 신목인 소나무로 조각한 약사여래를 모시고 있다.

금당을 둘러보고 있자니, 아이들의 뛰어노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금당 앞으로 아이들이 뛰어나왔고,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분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절에 소속되어 있는 듯한 작업복 차림의 아저씨들도 그 앞을 왔다갔다 했다.
이제 닷코쿠노이와야 비사문당과 세이코지의 경내 관람을 모두 마쳤다. 하지만 아직 시각은 11시 40분. 닷코쿠노이와야에서 히라이즈미 시내로 돌아가려면 12시 36분 버스를 타야하는데 1시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어디서 시간을 보낼까 하다가 문득 지도를 펴보니, 히메기미의 전설이 서려 있는 히메마치노 타키와 가쓰라이시의 위치가 표시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닷코쿠노이와야에서 꽤 걸어가야 하는 곳에 있었지만, 시간이 충분하므로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아 바로 출발했다.

耿君 識

다음 편에 계속

* 닷코쿠노이와야 비사문당[達谷窟毘沙門堂]
  (닷코쿠노이와야히샤몬도)

찾아가는 길: 히라이즈미 역에서 버스 타고 '닷코쿠노이와야' 정류장 하차. 또는 택시 이용.
주소: 岩手県西磐井郡平泉町平泉字北沢16番地
전화번호: 0191-46-4931
홈페이지: http://www15.ocn.ne.jp/~iwaya

입장료: 300엔
개방시간:
4월 - 08:00~17:30
5월~8월 - 08:00~18:00
9월~11월 - 08:00~17:00
12월~1월 - 08:00~16:30
2월~3월 - 08:00~17:00

by 耿君 | 2009/02/11 17:45 | 일본에 가다 | 트랙백 | 핑백(3)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hyunk02.egloos.com/tb/216636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Linked at 耿君春秋 : 닷코쿠의 전설 0.. at 2009/02/11 17:46

... 좀 주십사 하는 내용의 글이다.비사문당과 변천당을 지나 이제 부동당과 금당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세워져 있는 종루. 종루보다는 망루나 초소에 가까운 느낌이다.耿君 識다음 편에 계속 ... more

Linked at 耿君春秋 : 닷코쿠의 전설 0.. at 2009/02/12 00:07

... 지난 편에 이어서날씨는 여전히 변덕스러웠다. 아까까지만 해도 화창해진 줄 알았던 하늘이 금세 흐리게 변해가고 있었다. 바람도 솔솔 불어오는 것이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다. 아무래도 불 ... more

Linked at 耿君春秋 : '일본에 가다' .. at 2009/04/11 17:58

... 장인데, 닷코쿠에 대해 쓸 이야기가 많아져서 결국 별도의 장으로 탄생하였습니다.01 마지막 날의 버스02 닷코쿠노이와야 비사문당03 암면 대불04 두꺼비 연못의 벤자이텐05 히메를 기다리며 (1)06 히메를 기다리며 (2) 07 주먹밥과 부적* 황금의 나라: 오슈 후지와라 가문의 화려했던 옛날의 흔적들을 소개하는 히라이즈미 여행 후반부의 기록입니다. 어떤 제목 ... more

Commented by 진성당거사 at 2009/02/11 19:39
저 부처님 사진을 보고 갑자기 "See You Again (두고보자!)" 가 떠올랐습니다...ㅋㅋ
Commented by 耿君 at 2009/02/11 22:59
헐 ㅋㅋ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