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의 바람 05 - 모쓰지 이야기 (1)

지난 편에 이어서

다음은 간지자이오인 바로 옆에 있는 모쓰지[毛越寺]를 구경할 차례. 毛越寺라는 한자를 모쓰지(もうつうじ)라고 읽는 것이 매우 특이하다. 원래 越자는 에쓰, 오쓰로는 읽혀도 '쓰(つう)'라고 읽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학자들의 설에 따르면, 원래는 越을 '오쓰'라고 읽어 모오쓰지(もうおつじ)라고 부르던 것이, 'お'가  앞의 'う'와 만나 음 변화를 일으켜 사라지면서 모쓰지(もうつじ)가 되었고, 나아가 もうつうじ로 발음이 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정토의 바람  05
- 모쓰지 이야기 (1)

耿君이 삼가 지음


모쓰지 경내로 들어가는 입구. 특별사적 모쓰지 경내, 모쓰지 정원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들어갈 때는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 입장료는 500엔.
안으로 들어가니 자글자글한 자갈과 조약돌들이 바닥에 쫙 깔려 있었다. 걸어갈 때마다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난다. 저편에 절에서 일하시는 듯한 분들이 빗자루로 바닥을 쓸면서 아침을 맞이하고 계셨다. 그냥 보통 싸리비로 바닥을 슥슥 쓰는데도 자갈 위에 떨어진 솔 낙엽들만 깔끔히 모아지는 게 꽤나 신기했다.
빗자루로 바닥을 쓰시는 분들 옆에는 왠 영어 문구가 적혀 있는 비석이 하나 자리잡고 있었다. 뭔고 하니 유명한 하이쿠 시인 마쓰오 바쇼[松尾芭蕉]가 지은 하이쿠 '나쓰구사[夏草]'를 니토베 이나조[新渡戶稻造]가 영어로 번역한 것을 시비로 세운 것이었다. (니토베 이나조에 대해서는 <도남천력기> 아침에 삿포로를 여행하다 1편 후반부에 소개한 바 있다)

The summer grass,
   'Tis all that's left
  Of ancient warriors' dream.

그 영어 시비를 마주보는, 오른쪽 길가에 마쓰오 바쇼의 원문 하이쿠 시비가 서 있다. 시비가 두 개인데, 그 중 왼쪽에 있는 것이 마쓰오 바쇼의 친필이라고 한다. 옆에 세워져 있는 안내판의 글을 읽어보았다.
바쇼 하이쿠 비

겐로쿠 2년(1689) 다카다치[高館]를 방문하여 읊은 시,
여름 풀이여 / 먼 옛날 병사들의 / 꿈의 자취라
夏草や  兵どもが  夢の跡
를 새겼다. 왼쪽의 작은 비석이 바쇼의 친필이라고 하며, 바쇼의 조카 다이카보 야료[碓花坊也寥] 선사에 의해 세워진 비석이다. 오른쪽 비석은 분카 3년(1806)에 이 지방 하이쿠 시인 소초[素鳥] 등에 의해 세워진 비석이다.

바쇼의 일본어 하이쿠 시비와 영어 시비를 뒤로 하고 나는 앞에 있는 불당을 향해 걸어갔다. 뭐 일본의 여느 절에서 쉽게 볼 수 있을 법한 그런 풍경이 펼쳐져 있다.
가까이 가서 안내판을 확인했다. 이 건물은 모쓰지의 본당(本堂)인데, 헤이세이 원년(1989), 매우 최근에 지어진 건물이었다. 여기가 모쓰지 1산 18방(坊) 중에 그 본방(本坊)이라고 한다. 건물은 새것이지만, 안에 모셔진 본존 약사여래는 헤이안 시대에 조성된 것이라고.
멀찌감치 서서 카메라의 줌을 바짝 당겨서 내부 사진을 찍어보았다. 저기 모셔진 화려한 광배를 뒤로 하고 금으로 빛나시는 부처님이 아마도 헤이안 시대에 만들어졌다는 그 불상인 모양이다. 나는 공손히 합장을 하고 본당을 물러나왔다.
본당에서 입구를 바라보았을 때 왼쪽 편에 세워져 있는 모쓰지 가람 복원도. 아까 보았던 본당이 새 건물인 것에서 알 수 있듯, 사실 모쓰지의 진짜 사찰 경내는 따로 있다. 옛날에는 위 그림과 같이 웅장한 가람 구조를 갖고 있었다. 그림에서 왼쪽 아래 다리를 건너기 전에 보이는 2층 누각이 있는 문은 남대문으로, 이 복원도 안내판 바로 옆에 있었다고 한다. 남대문을 지나 전형적인 정토식 정원의 연못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들어가면, 좌우 회랑과 본당을 갖춘 금당(金堂) 엔류지[圓隆寺]이고, 엔류지 왼쪽에 있는 또 하나의 회랑과 본당은 가쇼지[嘉祥寺]이다. 그 둘 사이에 끼어있는 건물은 강당 건물이며, 엔류지 오른편에는 조교도[常行堂]가 세워져 있다. 조교도 오른쪽으로 벽을 넘어서는 전에 구경했던 간지자이오인이 세워져 있었다. 이러한 구조는 현대의 발굴 작업을 통하여 확인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남대문도, 엔류지도, 가쇼지도, 간지자이오인도 모두 사라지고 없다. 저렇게 '남대문 터'라는 팻말만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
안내문을 아래에 번역해 본다.

남대문 터

남대문은 니카이소몬[二階惣門](2층 총문)이라고도 하며, 양 옆에 인왕상을 안치하였고, 정면에 '금당 엔류지[金堂圓隆寺]'라는 사액을 걸어놓고 있었다. 덴쇼 원년(1573) 전쟁으로 인한 병화 때문에 소실되었으나, 주춧돌 12개가 현존한다.

앞서도 간지자이오인이 1573년에 전쟁으로 인해 소실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모쓰지 또한 1573년의 전쟁으로 남대문을 포함한 경내의 많은 건물들이 소실되었다. 이 1573년에 일어난 전쟁이란 무엇일까. 당시 무쓰노쿠니 일대에는 가사이 가문[葛西氏]과 오사키 가문[大崎氏]가 자웅을 겨루고 있었는데, 이 두 가문 사이에 1571년과 1573년 큰 싸움이 붙으면서, 결국 가사이 가문이 다테 가문[伊達氏]과 결탁하여 오사키 가문을 무너뜨리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 분쟁으로 인하여 히라이즈미 일대가 전쟁터로 변하였고, 많은 사찰들이 잿더미로 변하고 말았다. 오슈 후지와라 가문이 멸망할 때에도 그 모습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던 여러 건축물들이 후대에 이렇게 무너지게 되었다니 마음이 아프다.
남대문 건물 중에서 지금까지 남아있는 건 이 주춧돌들 뿐. 전쟁의 참화로 인하여 아름다운 모쓰지의 원형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안타깝다.
남대문 터를 지나면, 나무 숲에 둘러싸인 평온하고 고요한 정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연못이 있는 정토 정원의 풍경이 마음까지 평온하게 해주는 것 같다.
역시 정토식 정원 스타일에 맞게, 연못 가운데에는 섬이 조성되어 있다. 과거에는 남대문 쪽에서 저 섬으로 건너가는 다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자취만 남았다.
연못가를 따라서 거닐며 연못 위를 둥둥 떠다니는 오리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정토의 바람'이 내 뺨을 후려친다. 아까보다 하늘은 좀 맑아졌지만, 바람으로 인해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진다. 옷깃을 여미며, '順路'라는 팻말을 따라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耿君 識

다음 편에 계속

by 耿君 | 2009/01/31 23:08 | 일본에 가다 | 트랙백 | 핑백(4)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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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놓았다고 한다.나는 한참동안 간지자이오인의 정원을 맴돌며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흐릿한 먹구름 사이로 햇빛이 새어나오면서 정원의 연못으로 쏟아지고 있었다.耿君 識다음 편에 계속* 간지자이오인 터[觀自在王院跡]주소: 岩手県西磐井郡平泉町平泉字志羅山찾아가는 길: 히라이즈미 역에서 도보로 10분 (지도 참조)개방시간: 24시간입장료: 없음 ... more

Linked at 耿君春秋 : 정토의 바람 06.. at 2009/02/01 19:17

... 지난 편에 이어서모쓰지는 절에 전해오는 기록에 따르면, 가쇼 3년(850) 자각대사(慈覺大師) 엔닌[圓仁]에 의해 처음 세워졌다고 한다. (장보고와 관련해서 자주 언급되는 바로 ... more

Linked at 耿君春秋 : 황금의 나라 01.. at 2009/02/13 21:32

... 모가와에서 선 채로 죽음을 맞이하자, 그 시신을 거두어 이 땅에 장사지내고 오륜탑을 세웠다고 한다. 후세에 주손지의 승려로 있던 소초[素鳥](이 소초라는 승려이자 시인은 지난 번 모쓰지 이야기에서도 마쓰오 바쇼의 시비를 세운 사람으로 등장했다)가 벤케이의 일을 읊은 시를 비석으로 세웠다고 한다. 그 시 구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색 변치 않는 /&nbs ... more

Linked at 耿君春秋 : '일본에 가다' .. at 2009/04/11 17:58

... 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야심차게 준비한 포스팅이었습니다.01 히라이즈미 가는 길02 후삼년 전쟁과 오슈 후지와라 가문03 이것은 정토의 바람?04 간지자이오인 터05 모쓰지 이야기 (1)06 모쓰지 이야기 (2)07 모쓰지 이야기 (3)08 스즈카케노 미치09 요시쓰네와 히라이즈미10 요시쓰네 처자의 묘* 닷코쿠의 전설: 닷코쿠노이와야에 서려 ... more

Commented by rumic71 at 2009/02/01 00:37
전 5천엔 짜리!
Commented by 耿君 at 2009/02/01 00:54
뭐가요??
Commented by rumic71 at 2009/02/01 11:58
니토베 이나조...^^
Commented by 耿君 at 2009/02/01 12:44
아... 저는 rumic71님이 5천엔 짜리라는 줄...
Commented by 진성당거사 at 2009/02/01 22:48
영역 하이쿠 시비라....오오. 헤이안 시대 부처님들은 뭔가 친근해보인다는.
Commented by 耿君 at 2009/02/01 23:59
그 부처보다는 3편에 나오는 조교도 앞 부처님이 더 친근해 보이지 않습니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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