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1월 28일
정토의 바람 03 - 이것은 정토의 바람?
지난 편에 이어서
이치노세키 역에서 출발하여 몇 분 지난 뒤에, 작은 시골역인 히라이즈미 역에 도착했다. 이제 오슈 후지와라 가문의 숨결이 묻어있는 히라이즈미가 눈앞에 펼쳐진다. 들뜬 마음으로 나는 열차에서 내려 개찰구로 들어갔다. 역장이 개찰구 쪽으로 나와 승객들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정토의 바람 03
- 이것은 정토의 바람?
耿君이 삼가 지음
히라이즈미 역의 대합실은 딱 시골역의 그것에 맞게 조그마한 곳이었다. 대합실 한켠에 있는 히라이즈미 지도를 하나 집어들고, 역 내부를 둘러보았다.
승강장으로 가는 입구 위에 붙어 있는 각종 사진과 포스터들. 위 사진의 가운데 포스터는 NHK 대하드라마 '요시쓰네'의 포스터이다. 이 드라마의 주요 무대 중 하나로 등장하는 곳이 바로 이 히라이즈미이기 때문이다. 미나모토노 요시쓰네[源義經]는 어릴 적에 오슈 후지와라 가문의 밑에서 길러졌으며, 가마쿠라 막부의 개창자이자 형인 미나모토노 요리토모[源賴朝]에 의해 궁지에 몰리게 되자, 바로 이 히라이즈미로 몸을 의탁해왔다. 그리고 그가 최후를 맞이한 곳 또한 히라이즈미이다. 그 옆에 있는 포스터는 히라이즈미에서 벌어지는 '후지와라 마쓰리'의 포스터.
히라이즈미가 전성기를 맞이하였을 때의 옛 모습을 그린 지도도 역 구내에 걸려 있었다. 그런데 그림을 그린 사람 이름이 역장의 이름과 똑같았다. 아마도 역장이 직접 그린 모양이다. (오오 예술가 역장님) 여하튼 이제 본격적으로 히라이즈미 여행을 시작해보기로 하고 나는 역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바깥은 매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게다가 분명 날은 밝은데 이슬비까지 바람에 섞여 날려왔다. 나는 목도리를 칭칭 동여매고 옷 앞섶을 여미며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나는 히라이즈미 역의 사진을 찍기 위해 뒤를 돌아보았다.
히라이즈미 역의 모습. 사진을 보면 분명 분위기는 밝은데, 바닥에는 비가 내린 흔적이 있고, 깃발이 바람에 날려 엉망진창으로 말려올라간 것이 보일 것이다. 그 순간 내 눈을 사로잡는 흰색 바탕에 검은 글씨가 적힌 플래카드가 있었다.
우왓, 정토의 바람! 과연 정토의 바람은 이렇게 차갑고 매서운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는 참 깔끔하고 예뻤다. 다만 인적이 좀 많이 드문 것이 안타까웠다. 이날은 무려 일요일이었는데 말이다. 거리 이곳저곳에 '세계 문화유산' 운운하는 문구가 세워져 있는게 약간 안쓰러웠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사람이 엄청나게 붐비는 것보다, 나름대로 고즈넉하니 한산한 맛을 자아내는 이런 거리가 더 좋은 것 같다.
세계 문화유산 지정을 희망하고, 관광 명소로 거듭나려는 지역인만큼, 거리 곳곳에는 이정표가 많이 세워져 있었고, 그 이정표들도 하나같이 매우 센스있고 예쁜 것들이었다. 가로등 같이 생긴 이정표도 있고,
사각기둥 모양으로 만들어 세워놓은 이정표도 있었는데, 나는 이런 스타일의 이정표가 참 마음에 들었다. 뭐랄까 이 동네, 엄청 열심히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의 첫번째 목적지는 간지자이오인 터[觀自在王院跡]. 이정표에 따르면 200미터 남았다고 한다. 역에서 출발하면 500미터 정도 걸리는 셈. 과연 주요 볼거리가 걸어서 돌아다닐 수 있는 범위에 위치해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지나가는 길에 발견한 '한국요리 서울식당'. 이런 작은 시골 마을에도 '한국요리'를 파는 음식점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사진을 찍어보았다. 다시 가던 길을 재촉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너른 들판과 호수, 사찰의 산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 계속
이치노세키 역에서 출발하여 몇 분 지난 뒤에, 작은 시골역인 히라이즈미 역에 도착했다. 이제 오슈 후지와라 가문의 숨결이 묻어있는 히라이즈미가 눈앞에 펼쳐진다. 들뜬 마음으로 나는 열차에서 내려 개찰구로 들어갔다. 역장이 개찰구 쪽으로 나와 승객들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정토의 바람 03
- 이것은 정토의 바람?
耿君이 삼가 지음
히라이즈미 역의 대합실은 딱 시골역의 그것에 맞게 조그마한 곳이었다. 대합실 한켠에 있는 히라이즈미 지도를 하나 집어들고, 역 내부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바깥은 매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게다가 분명 날은 밝은데 이슬비까지 바람에 섞여 날려왔다. 나는 목도리를 칭칭 동여매고 옷 앞섶을 여미며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나는 히라이즈미 역의 사진을 찍기 위해 뒤를 돌아보았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정토의 바람 · 히라이즈미
우왓, 정토의 바람! 과연 정토의 바람은 이렇게 차갑고 매서운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耿君 識
다음 편에 계속
# by | 2009/01/28 15:53 | 일본에 가다 | 트랙백 | 핑백(3)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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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저 사각기둥 이정표는 무척 눈에 익숙하군요.
저한테는 익숙해서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