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1월 25일
몸이 잠드는 곳 03 - 도추안 유스호스텔
일본도 식후경 04에 이어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서, 혹시나 또 열차 시간에 늦을세라 나는 서둘러 승강장으로 갔다. 열차를 기다리며 플랫폼 위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자니, 모리오카와의 이별이 가까워옴을 느낀다. 잘 있어라, 모리오카. 나중에 자자멘 먹으러 한 번 더 올게. 어느덧 오후 6시 40분, 멀리서 신칸센 하야테 호가 달려온다. 탑승한 지 1분 만에 열차는 다시 유유히 역을 떠나간다.
열차 안 놓치겠다고 기타카미 강을 따라 죽어라 뛰어다닌 덕분에 몸이 아주 녹진해졌다. 발라당 드러누운 곰돌이 군이 마치 내 모습 같아 보인다. 어서 피곤한 몸을 누일 곳을 찾아가야겠다. 오후 7시 25분, 열차는 어느새 센다이 역에 도착했다.
몸이 잠드는 곳 03
- 도추안 유스호스텔
耿君이 삼가 지음
센다이 역의 코인 라커에 가서 오전에 맡겨놓았던 짐들을 도로 찾았다. 트렁크와 어깨가방이 묵직하게 내 몸을 짓눌렀지만, 조금만 고생하면 유스호스텔에서 쉴 수 있다는 생각으로 꾹 참았다. 내가 이번에 묵을 숙소는 도추안[道中庵] 유스호스텔. 2004년에도 한 번 친구와 함께 묵었던 적이 있는 유스호스텔이다. 그때는 20분 넘게 걸어가야 하는 JR 나가마치[長町] 역이 가장 가까운 역이었지만, 최근에 유스호스텔 근처에 다이시도[太子堂] 역이라는 새로운 역이 생겨서 교통이 더욱 편리해졌다고 한다. 센다이 역에서 JR 도호쿠 본선[東北本線]을 타고 두 정거장을 가면 다이시도 역이 나온다.
다이시도 역은 새로 생긴 따끈따끈한 역이었는데, 겉에서 보면 매우 커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간이역 같은 조촐한 규모였다. 뒷면이 하얀 표나 패스를 검표하기 위한 개찰구와 역 사무소, 안내소가 한곳에 있었다. 이런저런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JR 패스를 보여주며 통과를 하려고 하는 나를 보고, 역무원이 내게 말을 걸었다. "혹시 도추안 유스호스텔 가요?" 나는 "네" 하고 대답했고, 역무원은 자리 뒷편의 서랍에서 한 장의 지도를 꺼내더니 나에게 주었다. 도추안 유스호스텔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지도였다. 그때 나는 예전에 유스호스텔 주인장과 예약 통화를 할 적에, 다이시도 역에 가면 지도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주인장이 말했던 것을 기억해냈다.
나는 한손에는 지도를 들고, 한손에는 트렁크를 끌며, 다이시도 역을 나왔다. 그리고 출구 바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출구 반대쪽으로 이어지는 연결통로로 걸어갔다. 이 동네도 그냥 평범한 주택가인지라 인적도 드물고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역이 생기면서 도로도 정비가 되었는지 가는 길이 예전에 갔던 길과는 조금은 다른 것 같았다. 지도를 안 받았으면 큰일날 뻔 했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지도에 적혀있는 바로는 다이시도 역에서 도추안까지 6분이 걸린다고 했는데, 이건 뭐 기분상으로는 10분은 더 지난 것 같은데도 아직 도추안은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다리를 건너고, 점점 지쳐가는 육신을 가누며 비틀비틀 걸어가던 내 앞길에 나타난 것은 왼쪽 방향으로 도추안을 가리키는 표지판. 이제 4년 전의 그 익숙한 풍경들이 다시 기억 속에서 살아온다. 안도감을 느끼며 나는 힘을 내어 좌회전을 했다. 그리고 이내 나타난 도추안 입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서오세요 56걸음만 더 가면 도추안입니다'(걸음 수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는 팻말을 보고, 걸음수를 입으로 세어가며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익숙한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니 라운지 쪽에 한 외국인 여성이 나에게 인사를 한다. 나도 멋적게 'Hi'를 외쳐주고, 일단 체크인을 해야 하니까 카운터 쪽으로 갔다. 카운터에는 아무도 없고 대신 '용무가 있을 때에는 전화 주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전화기가 놓여있다. 수화기를 들고 적혀 있는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었더니, 주인장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네, 거기 있는 숙박계 카드에 내용을 적으면서 잠시 기다리세요. 바로 갑니다."
숙박계를 쓰고 있자니, 카운터 안쪽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주인장이 나오셨다. 예약했던 한국인 김씨라고 이야기하자, 매우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처음에는 전화로는 일본어로 대화를 하니까 일본인 숙박객이 온 줄로만 아셨다고. 두 밤 자는 숙박비로 5,880엔을 지불하고, 시트 등을 받아 '부나(ぶな)'라는 이름의 방으로 들어갔다. 2004년에 왔을 때에도 부나에 묵었다.
세 명이서 함께 쓰는 방인데, 오늘은 같이 쓰는 손님 없이 혼자서 방을 쓰게 되었다. 아마 내일은 손님 한 명이 같이 묵게 될 거라고 하셨다. 넓은 다타미 방 한켠에는 텔레비전이 있고, 가운데에는 상이 놓여 있었다. 상 위에는 관광 정보가 담긴 안내 책자들과 오늘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편성표, 리모컨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불은 위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이불장에 가지런히 쌓여 있다. 방 안에는 세면장도 있어서 세수와 양치질이 가능하다. 용변을 보려면 문 밖으로 나가 복도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대충 짐 정리를 마치고 다시 방을 나왔다.
방으로 들어가는 통로 벽에 붙여진 센다이-미야기 데스티네이션 캠페인 홍보 포스터. 주먹밥(오니기리) 캐릭터가 매우 귀엽구나. 미야기 현과 센다이 시는 이번 겨울을 맞아 관광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특히 소고기, 해산물 등 먹을 거리에 대한 홍보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었다. 캐치프레이즈도 '맛있는 나라 멋진 여행'이다.
현관 쪽으로 나오면 보이는 공중전화. 상당히 앤티크해 보이는데, 지금도 사용 가능한 공중전화이다. 동전을 넣고 도쿄에 있는 친구들과 약속을 잡으려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ㅠㅠ 공중전화 오른쪽에 놓인 것은 '고케시'라는 인형으로, 도호쿠 지방 특유의 나무 조각 인형이다. 지역마다 특색이 있는데, 대개 머리는 동그랗고, 몸통에서 팔다리가 생략된 긴 원통 모양으로 조각된 여자 어린아이의 모양을 하고 있다.
도추안 유스호스텔은 센다이 시 도시 경관상을 수상할 정도로 단아하고 멋진 건물이다. 목조 가옥은 옛날부터 있던 농가 가옥으로, 거기에 새로운 건물을 조화시킨, '도호쿠의 농가'를 컨셉으로 한 건물이라고 한다. 건물 안을 돌아다니면 나무의 그윽한 내음이 솔솔 느껴진다.
현관을 들어서면 바로 왼쪽에 있는 다타미 깔린 사랑방.
그리고 현관 맞은편, 즉 카운터 옆쪽에는 넓은 라운지가 있다. 사진 왼쪽에 모니터가 보이는데, 이 라운지에는 인터넷 접속을 위한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다. 여기에서 메일을 확인하고, 블로그에 글도 남겼다. 라운지 한 켠에는 부엌 시설도 있어 차를 마실 수 있게 되어 있고, 각종 여행책자를 비롯한 여러 책들도 서가에 꽂혀 있어서 자유로이 열람할 수 있다. 아까 인사를 했던 외국인 여성은 방으로 돌아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제 하이라이트! 도추안의 목욕탕으로 들어가본다. 남탕과 여탕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나는 당연히 남탕으로 고고싱. 바구니에 옷가지를 벗어놓고, 문을 스윽 열고 욕조가 있는 탕 내부로 들어갔다. 이때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나, 블로거 정신을 발휘하여 카메라도 함께 투입!
탕에 있는 욕조는 이렇게 생겼다. 나무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 욕조. 위의 뚜껑을 열면
뜨끈뜨끈한 목욕물이 나를 반기고 있다. 일단 몸을 샤워기와 비누로 깨끗이 씻었다. 바디 소프와 샴푸, 린스는 비치되어 있다. 그리고나서 욕조에 몸을 담갔다. 어으~ 개운하다. 모리오카에서부터 달고 온 피로가 싹 씻겨나가는 느낌이었다. 목욕을 마치고 나와서, 라운지에서 잠시 쉬면서 이소무라 군에게 도쿄에는 잘 돌아왔다고 연락을 해주었다. 그리고 방에 돌아가서는 교토에서 만나기로 한 교토대 대학원생 우치다 씨에게도 약속을 잡는 전화를 했다. 이제 푹 쉴 일만 남았다. 이불을 쫙 깔아놓고,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히히덕거리다가, 새벽 1, 2시 즈음에 불을 끄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2008년 11월 30일 오전 7시. 이제는 아침에 발딱발딱 잘도 일어난다.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은 다음, 오늘의 여행 일정을 수행하기 위해 나갈 채비를 했다.
오전 7시 40분 쯤 되어 외출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밤에는 어두워서 사진을 못 찍었기 때문에, 나가기 전에 도추안 유스호스텔 입구의 전경을 찍어보았다. 나 다녀오리다!
도추안으로 들어가는 대문 앞의 모습. 그런데 문을 나서면서 좁쌀만한 게 눈 같기도 하고 빗방울 같기도 한 것이 하늘에서 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늘은 비교적 맑은데... 에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우산은 가져가지 않았다.
다음 편에 계속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서, 혹시나 또 열차 시간에 늦을세라 나는 서둘러 승강장으로 갔다. 열차를 기다리며 플랫폼 위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자니, 모리오카와의 이별이 가까워옴을 느낀다. 잘 있어라, 모리오카. 나중에 자자멘 먹으러 한 번 더 올게. 어느덧 오후 6시 40분, 멀리서 신칸센 하야테 호가 달려온다. 탑승한 지 1분 만에 열차는 다시 유유히 역을 떠나간다.

몸이 잠드는 곳 03
- 도추안 유스호스텔
耿君이 삼가 지음
센다이 역의 코인 라커에 가서 오전에 맡겨놓았던 짐들을 도로 찾았다. 트렁크와 어깨가방이 묵직하게 내 몸을 짓눌렀지만, 조금만 고생하면 유스호스텔에서 쉴 수 있다는 생각으로 꾹 참았다. 내가 이번에 묵을 숙소는 도추안[道中庵] 유스호스텔. 2004년에도 한 번 친구와 함께 묵었던 적이 있는 유스호스텔이다. 그때는 20분 넘게 걸어가야 하는 JR 나가마치[長町] 역이 가장 가까운 역이었지만, 최근에 유스호스텔 근처에 다이시도[太子堂] 역이라는 새로운 역이 생겨서 교통이 더욱 편리해졌다고 한다. 센다이 역에서 JR 도호쿠 본선[東北本線]을 타고 두 정거장을 가면 다이시도 역이 나온다.
다이시도 역은 새로 생긴 따끈따끈한 역이었는데, 겉에서 보면 매우 커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간이역 같은 조촐한 규모였다. 뒷면이 하얀 표나 패스를 검표하기 위한 개찰구와 역 사무소, 안내소가 한곳에 있었다. 이런저런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JR 패스를 보여주며 통과를 하려고 하는 나를 보고, 역무원이 내게 말을 걸었다. "혹시 도추안 유스호스텔 가요?" 나는 "네" 하고 대답했고, 역무원은 자리 뒷편의 서랍에서 한 장의 지도를 꺼내더니 나에게 주었다. 도추안 유스호스텔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지도였다. 그때 나는 예전에 유스호스텔 주인장과 예약 통화를 할 적에, 다이시도 역에 가면 지도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주인장이 말했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지도에 적혀있는 바로는 다이시도 역에서 도추안까지 6분이 걸린다고 했는데, 이건 뭐 기분상으로는 10분은 더 지난 것 같은데도 아직 도추안은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다리를 건너고, 점점 지쳐가는 육신을 가누며 비틀비틀 걸어가던 내 앞길에 나타난 것은 왼쪽 방향으로 도추안을 가리키는 표지판. 이제 4년 전의 그 익숙한 풍경들이 다시 기억 속에서 살아온다. 안도감을 느끼며 나는 힘을 내어 좌회전을 했다. 그리고 이내 나타난 도추안 입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서오세요 56걸음만 더 가면 도추안입니다'(걸음 수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는 팻말을 보고, 걸음수를 입으로 세어가며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숙박계를 쓰고 있자니, 카운터 안쪽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주인장이 나오셨다. 예약했던 한국인 김씨라고 이야기하자, 매우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처음에는 전화로는 일본어로 대화를 하니까 일본인 숙박객이 온 줄로만 아셨다고. 두 밤 자는 숙박비로 5,880엔을 지불하고, 시트 등을 받아 '부나(ぶな)'라는 이름의 방으로 들어갔다. 2004년에 왔을 때에도 부나에 묵었다.










다음날, 2008년 11월 30일 오전 7시. 이제는 아침에 발딱발딱 잘도 일어난다.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은 다음, 오늘의 여행 일정을 수행하기 위해 나갈 채비를 했다.


耿君 識
다음 편에 계속
* 도추안 유스호스텔
주소: 宮城県仙台市太白区大野田北屋敷31
전화번호: 022-247-0511
사이트: http://www.jyh.or.jp/yhguide/touhoku/dochuan/index.html
휴일: 6월 5일~20일 / 11월 5일~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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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6월 5일~20일 / 11월 5일~20일
# by | 2009/01/25 15:08 | 일본에 가다 | 트랙백 | 핑백(2)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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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유스호스텔이네요. 센다이에 갈 일이 있다면 한번 묵어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사진의 방은 3인실 치고는 좀 좁아보이네요. 사진으로는 한켠만 보여서 그런가요, 아니면 실제로 이불 세개 나란히 펴면 꽉 차는가요?
방이 좀 좁죠? 예, 상 치우고 펴면 딱 맞을 것 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