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31일
[도남천력기]기행:출국하여 북에 도착하다
紀行:出國至北
耿君 謹作
일본으로 여행을 자주 가다 보니 이제 일본 가는 것쯤은 국내 여행의 느낌으로 여기게 되는 것 같다. 떠나기 전날에 짐을 챙기고 하는 데에도 주의를 덜 기울이게 되고, 외국을 나간다는 것에 대한 긴장감 같은 것도 나에게는 없었다. 물론 그런 생각과 기분이 나중에는 약간의 화(禍)를 초래하기는 했는데, 그래도 해외 여행은 해외 여행인지라 조금은 들뜬 마음이 생겨났다. 게다가 내가 그토록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어했던 혹카이도오(北海道)로 향하는 것 아닌가! 설경이 가득한 북방의 세계에 대한 동경은 여행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과정에서 점점 증폭되었다. 어머니와 나는 노트북 컴퓨터를 앞에 놓고 열차 시간표와 버스 노선, 버스 시간표, 관광 시설의 영업 시간과 표값 등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해가며 분 단위로 톡톡 끊어지는 철저한 여행계획과 시간표를 작성해나갔다.
허나 여행계획을 짜는 일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여행 기간 중에 월요일이 끼어있는데 월요일날 휴관을 하는 관광시설이 많은지라 이를 감안하여 여행지를 재조정하였고, 호텔 방을 싱글 2개에서 트윈 1개로 변경하면서 삽포로(札幌)에서 1박을 더하게 되는 바람에 쿠시로(釧路)로 가는 일정도 버렸다. 열차 시간이 맞지 않아 계획이 빡빡해질 것을 우려하여 노보리베츠(登別)를 빼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12월의 혹카이도오에는 의외로 볼거리가 많지 않다는 것이 우리를 곤란하게 했다. 삽포로 눈 축제나 오타루(小樽) 눈 등불 축제가 벌어지고 눈이 펑펑 내려 많이 쌓이며 유빙이 떠다니는 2월에는 이런 저런 행사와 볼거리가 많지만 12월은 물론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관련 행사가 벌어지기는 한다지만 역시 2월에 비하면 매력이 약간 떨어지는 편이다. 그리고 많은 혹카이도오의 관광지들이 겨울이면 문을 닫기도 하고 여름에 특화된 곳도 꽤 많이 있어서, 준비하면서도 다소 애로 사항이 꽃을 피웠다. 그래도 가면 또 나름대로의 멋과 즐거움이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계획을 마무리지었다.
12월 16일 일요일. 드디어 여행을 시작하는 날이다. 오전 9시 45분 비행기를 타야 하는지라 공항에는 그보다 두 시간 전에는 가 있어야 했으므로, 어머니와 나는 아직 바깥이 어두컴컴한 오전 6시 50분 경에 집을 나섰다. 아버지께서 차로 공항까지 데려다 주시겠다고 하셨다. 동생도 따라나와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 덕분에 따스하고 편하게 공항까지 갈 수 있었다. 도착한 뒤 아버지와 동생의 배웅을 받으며 공항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일단은 A 카운터 쪽에 있는 병무사무소로 갔다. 내 처지가 국가의 부름을 받아 병역에 갈음하여 회사에 근무하는 상황인 관계로 출국신고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병역법이 많이 좋아져서 특히 국외여행 허가와 관련한 부분이 상당히 완화되었다는 것은 나를 기쁘게 한다. 이제는 국외여행허가 신청서를 병무청에 제출하고 증빙서류로 회사의 추천서를 첨부하면 단기여행의 경우는 손쉽게 허가가 나오고, 5년짜리 복수여권도 발행이 가능해졌으며 입국 신고도 따로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다만, 조금이라도 늦거나 하면 산업기능요원 편입이 바로 취소되고 법적 책임까지 져야 하는 좀더 엄격한 상황에 놓이게 되기는 했다.
출국 신고를 마치고 우리는 D카운터로 항공권 발급 수속을 하러 갔다. 때는 7시 40분, 우리가 탈 비행기는 하코다테(函館)로 향하는 대한항공 KE773편이었다. D카운터 쪽으로 가면 대한항공 '일본 전용' 카운터가 있다. 줄이 좀 길어서 시간이 걸렸지만 별다른 문제 없이 발권을 끝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먹을 것도 잘 챙겨먹지 않고 공항으로 와서는 조금 정신없이 이곳저곳 돌아다닌 터라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린 뒤, 8시 15분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출국 심사 후 눈앞에 펼쳐진 면세점의 세계로 우리는 인도되었다. 인천공항의 면세점은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였다. 명품 대폭 할인 세일 문구가 붙은 가판대도 눈에 띄었다.
출국장 내 복도에 있는 사진 촬영용 크리스마스 장식 앞에서 우리 어머니의 사진을 찍어드렸다.
나도 한 장 찍었다. 역시 난 뭔가 컨셉을 잡는 예술사진 계열을 선호하는 게 분명하다.
크리스마스라고 저렇게 조형물도 큼직하니 예쁘장하게 해놓았다. 인천공항은 확실히 넓다. 출국 심사 받고 나온 곳에서 탑승구까지도 꽤 멀었고, 면세점을 돌아다니느라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한참을 걷기도 했다. 어머니가 여행 가기 전날에 감기에 걸리셔서 몸 상태가 좀 안좋으신 탓에 우리는 내부의 약국을 찾아갔다. 근데 약 이틀 치 여섯 포 사는데 10,000원이나 든다, 으엑.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인천공항에서 약을 사시려는 분들이 있다면 출국장 내의 약국보다는 공항 카운터 쪽의 약국을 이용할 것을 권장하며, 그보다는 동네 약국에서 약을 미리 구비할 것을 추천한다.
9시 15분에 탑승 개시가 된다고 해서 조금 시간을 당겨 탑승구 앞에 왔다. 출발하기 전에 집에 전화를 해서 아버지와 동생에게 출발 신고를 하고 의자에 앉아 비행기를 기다렸다. 나는 위의 사진과 같은, 활주로 쪽을 바라보는 공항 창가의 풍경을 좋아한다. 어디론가 떠나기 전의 이상야릇한 느낌, 막연하게 설레는 이 느낌이 저런 풍경 속에 한껏 차오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앗, 드디어 탑승 시작. 우리는 일찌감치 탑승을 기다리는 승객들의 앞에 나서서 줄을 섰고 그 때문에 잽싸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의 좌석은 통로 쪽. 나는 통로의 왼편에, 어머니는 오른편에 앉으셨다. 그러나 가는 동안 내 옆에 앉은 어린 아이가 자꾸 짜증나게 굴어서 참으로 곤란하고 거시기했다. 그 어린 아이의 엄마 되는 분이 우리 어머니 옆에 앉으셨는데, 이 어린 자식이 날 툭툭 건드리질 않나, 나는 무시하고 지 엄마 쪽으로 손을 뻗고, "엄마, 엄마, 이거 봐" 하면서 소리를 지르지 않나, 에휴... 그 아이 왼쪽에는 사촌형 쯤 되는 청소년이 있어서 그 아이를 제지하고 다그치기도 했지만, 우리 어머니가 그 아이와 자리를 바꾸고 나와 함께 앉게 되기 전까지 나는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상태로 불편한 비행을 감내해야 했다.
그 아이가 옆으로 옮겨가고 내가 그 아이 자리로 옮겨 앉았더니, 그 아이의 사촌형(추정)은 트레이를 내려놓고 엎어져 잠이 들었다. 그러자 바깥의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우와, 멋지다. 나도 모르게 사진기에 손이 갔다. 위의 사진은 그 사람의 등 위로 손을 뻗어 곡예에 가까운 포즈로 사진기를 들이댄 끝에 나온 작품이다.
대한항공은 운항 스케줄을 엄수하기 위해 이륙 시간 10분 전부터 승객의 탑승을 받지 않고 정시에 바로 출발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하코다테에도 예정 시간인 12시 10분보다 5분여 빨리 도착했다. 비행기 타고 다니면서 예정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계획을 세울 때 어머니와 나는 비행기에 내려서도 입국 수속과 짐을 찾는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예상을 했는데, 그런 예상은 어째 빗나가지를 않는다. 특히 입국 수속이 오래 걸리는 결정적인 요인이 입국장에서 작용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지문 찍기였다.
일본에서는 2007년 11월 20일부터 새로운 입국심사 수속이 진행되고 있다. 그 새로운 내용인즉슨 바로 지문 입력과 사진 촬영이다. 우선 입국심사관의 입국심사를 받고 여권을 확인받은 뒤 지문을 입력하는 기계에 양쪽 검지손가락을 올려서 지문을 등록한다. 그 다음 지시에 따라 안면 사진을 찍고, 문제가 없으면 통과되는 것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지문을 찍을 때 그대로 꾹 누르고 있지 않고 얼른 떼거나 하는 바람에 자꾸 오류가 나 다시 찍고 다시 찍고 하면서 입국 심사 시간이 지체되었다는 것이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어 보이는데 (물론 나는 한 번에 했지만) 한 번에 하기 꽤 어렵다. 나도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될까봐 손가락에 힘을 주어 꾸욱 누르고는 떼라고 할 때까지 부들부들거리고 있었다. 또한 하코다테 공항의 입국심사장은 참 좁았다. 창구는 세 곳 뿐이었고, 그 좁은 통로로 수백명의 승객들이 몰려드니 시간이 무지하게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비행기는 12시 5분쯤 도착했지만 심사장을 통과하고 짐을 찾고 나니 12시 50분이 다 되어버렸다.
하코다테 공항은 입국심사장만 좁은 게 아니었다. 도착문을 지나서 순간 '뭐 공항이 이리 조그많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하코다테 공항이 원래 국제공항은 아니고 국내선 공항이니까 국제선은 이렇게 조촐한 것 같았다.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하코다테 공항 국내선은 시설이 참 좋다. 너무 대조적이다.) 짐을 정리하고 비행에 시달린 몸을 약간 추스른 뒤 어머니와 나는 국제선 터미널 밖으로 나왔다. 비행기 안에서 안내 방송이 들리길 하코다테의 온도는 섭씨 0도라고 했었다. 그 방송을 들으며 바깥에 눈이 흩날리는 것을 보고 '헉 확실히 북녘 땅이 춥구나' 하고 생각을 해서 단단히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막상 나와보니 그렇게 심하게 춥지는 않았다. 흩날리던 눈도 그쳤다. 추울 것에 대비해서 오리털 파카를 입고 단단히 채비를 해서 덜 추웠던가 싶기도 하다.
하코다테 공항 국제선을 나와 국내선 터미널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갔다. 3번 정류소로 가면 하코다테 역으로 바로 가는 직행버스가 서 있다. 기사 아저씨에게 하코다테 역에 가는 버스냐고 물어보아 확인을 한 뒤 짐을 버스 트렁크에 싣고 차에 올라탔다.
차창에 붙어 있는 운임표. 직행 버스라고는 했지만 유노카와 온천(湯の川溫泉), 오오모리쵸오(大森町) 등을 경유하여 가는 버스였다. 우리가 가는 하코다테 역앞까지는 400엔이 든다. 버스 안에는 몇 명의 한국인들이 탔지만 그 외에는 사람이 더 없었다. 왜 이렇게 사람이 없나, 아까 비행기 안에 득시글대던 한국인들은 다 어디로 갔나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그 사람들은 패키지 여행객들인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오후 1시 정각이 되자 버스는 출발했고, 나는 이제서야 혹카이도오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버스 안에서 찍은 차창 밖의 사진. 일본의 유명한 시인 이시카와 타쿠보쿠(石川啄木)을 기려 조성한 타쿠보쿠 소공원(啄木小公園) 근처의 풍경을 찍은 것이다. 하늘에 가득찬 구름의 틈새로 비어져 나오는 햇살이 우리를 반겨주는 것 같았다. 과연 앞으로의 여행도 이 찬란한 햇살과 황홀한 풍경처럼 낭만적일 수 있을 것인지, 나는 기대와 설레임으로 하코다테 시내로 향해갔다.
다음 편에 계속
耿君 謹作
일본으로 여행을 자주 가다 보니 이제 일본 가는 것쯤은 국내 여행의 느낌으로 여기게 되는 것 같다. 떠나기 전날에 짐을 챙기고 하는 데에도 주의를 덜 기울이게 되고, 외국을 나간다는 것에 대한 긴장감 같은 것도 나에게는 없었다. 물론 그런 생각과 기분이 나중에는 약간의 화(禍)를 초래하기는 했는데, 그래도 해외 여행은 해외 여행인지라 조금은 들뜬 마음이 생겨났다. 게다가 내가 그토록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어했던 혹카이도오(北海道)로 향하는 것 아닌가! 설경이 가득한 북방의 세계에 대한 동경은 여행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과정에서 점점 증폭되었다. 어머니와 나는 노트북 컴퓨터를 앞에 놓고 열차 시간표와 버스 노선, 버스 시간표, 관광 시설의 영업 시간과 표값 등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해가며 분 단위로 톡톡 끊어지는 철저한 여행계획과 시간표를 작성해나갔다.
허나 여행계획을 짜는 일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여행 기간 중에 월요일이 끼어있는데 월요일날 휴관을 하는 관광시설이 많은지라 이를 감안하여 여행지를 재조정하였고, 호텔 방을 싱글 2개에서 트윈 1개로 변경하면서 삽포로(札幌)에서 1박을 더하게 되는 바람에 쿠시로(釧路)로 가는 일정도 버렸다. 열차 시간이 맞지 않아 계획이 빡빡해질 것을 우려하여 노보리베츠(登別)를 빼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12월의 혹카이도오에는 의외로 볼거리가 많지 않다는 것이 우리를 곤란하게 했다. 삽포로 눈 축제나 오타루(小樽) 눈 등불 축제가 벌어지고 눈이 펑펑 내려 많이 쌓이며 유빙이 떠다니는 2월에는 이런 저런 행사와 볼거리가 많지만 12월은 물론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관련 행사가 벌어지기는 한다지만 역시 2월에 비하면 매력이 약간 떨어지는 편이다. 그리고 많은 혹카이도오의 관광지들이 겨울이면 문을 닫기도 하고 여름에 특화된 곳도 꽤 많이 있어서, 준비하면서도 다소 애로 사항이 꽃을 피웠다. 그래도 가면 또 나름대로의 멋과 즐거움이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계획을 마무리지었다.
12월 16일 일요일. 드디어 여행을 시작하는 날이다. 오전 9시 45분 비행기를 타야 하는지라 공항에는 그보다 두 시간 전에는 가 있어야 했으므로, 어머니와 나는 아직 바깥이 어두컴컴한 오전 6시 50분 경에 집을 나섰다. 아버지께서 차로 공항까지 데려다 주시겠다고 하셨다. 동생도 따라나와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 덕분에 따스하고 편하게 공항까지 갈 수 있었다. 도착한 뒤 아버지와 동생의 배웅을 받으며 공항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일단은 A 카운터 쪽에 있는 병무사무소로 갔다. 내 처지가 국가의 부름을 받아 병역에 갈음하여 회사에 근무하는 상황인 관계로 출국신고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병역법이 많이 좋아져서 특히 국외여행 허가와 관련한 부분이 상당히 완화되었다는 것은 나를 기쁘게 한다. 이제는 국외여행허가 신청서를 병무청에 제출하고 증빙서류로 회사의 추천서를 첨부하면 단기여행의 경우는 손쉽게 허가가 나오고, 5년짜리 복수여권도 발행이 가능해졌으며 입국 신고도 따로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다만, 조금이라도 늦거나 하면 산업기능요원 편입이 바로 취소되고 법적 책임까지 져야 하는 좀더 엄격한 상황에 놓이게 되기는 했다.
출국 신고를 마치고 우리는 D카운터로 항공권 발급 수속을 하러 갔다. 때는 7시 40분, 우리가 탈 비행기는 하코다테(函館)로 향하는 대한항공 KE773편이었다. D카운터 쪽으로 가면 대한항공 '일본 전용' 카운터가 있다. 줄이 좀 길어서 시간이 걸렸지만 별다른 문제 없이 발권을 끝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먹을 것도 잘 챙겨먹지 않고 공항으로 와서는 조금 정신없이 이곳저곳 돌아다닌 터라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린 뒤, 8시 15분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출국 심사 후 눈앞에 펼쳐진 면세점의 세계로 우리는 인도되었다. 인천공항의 면세점은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였다. 명품 대폭 할인 세일 문구가 붙은 가판대도 눈에 띄었다.





대한항공은 운항 스케줄을 엄수하기 위해 이륙 시간 10분 전부터 승객의 탑승을 받지 않고 정시에 바로 출발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하코다테에도 예정 시간인 12시 10분보다 5분여 빨리 도착했다. 비행기 타고 다니면서 예정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계획을 세울 때 어머니와 나는 비행기에 내려서도 입국 수속과 짐을 찾는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예상을 했는데, 그런 예상은 어째 빗나가지를 않는다. 특히 입국 수속이 오래 걸리는 결정적인 요인이 입국장에서 작용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지문 찍기였다.
일본에서는 2007년 11월 20일부터 새로운 입국심사 수속이 진행되고 있다. 그 새로운 내용인즉슨 바로 지문 입력과 사진 촬영이다. 우선 입국심사관의 입국심사를 받고 여권을 확인받은 뒤 지문을 입력하는 기계에 양쪽 검지손가락을 올려서 지문을 등록한다. 그 다음 지시에 따라 안면 사진을 찍고, 문제가 없으면 통과되는 것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지문을 찍을 때 그대로 꾹 누르고 있지 않고 얼른 떼거나 하는 바람에 자꾸 오류가 나 다시 찍고 다시 찍고 하면서 입국 심사 시간이 지체되었다는 것이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어 보이는데 (물론 나는 한 번에 했지만) 한 번에 하기 꽤 어렵다. 나도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될까봐 손가락에 힘을 주어 꾸욱 누르고는 떼라고 할 때까지 부들부들거리고 있었다. 또한 하코다테 공항의 입국심사장은 참 좁았다. 창구는 세 곳 뿐이었고, 그 좁은 통로로 수백명의 승객들이 몰려드니 시간이 무지하게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비행기는 12시 5분쯤 도착했지만 심사장을 통과하고 짐을 찾고 나니 12시 50분이 다 되어버렸다.
하코다테 공항은 입국심사장만 좁은 게 아니었다. 도착문을 지나서 순간 '뭐 공항이 이리 조그많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하코다테 공항이 원래 국제공항은 아니고 국내선 공항이니까 국제선은 이렇게 조촐한 것 같았다.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하코다테 공항 국내선은 시설이 참 좋다. 너무 대조적이다.) 짐을 정리하고 비행에 시달린 몸을 약간 추스른 뒤 어머니와 나는 국제선 터미널 밖으로 나왔다. 비행기 안에서 안내 방송이 들리길 하코다테의 온도는 섭씨 0도라고 했었다. 그 방송을 들으며 바깥에 눈이 흩날리는 것을 보고 '헉 확실히 북녘 땅이 춥구나' 하고 생각을 해서 단단히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막상 나와보니 그렇게 심하게 춥지는 않았다. 흩날리던 눈도 그쳤다. 추울 것에 대비해서 오리털 파카를 입고 단단히 채비를 해서 덜 추웠던가 싶기도 하다.



다음 편에 계속
# by | 2007/12/31 00:27 | 도남천력기 (완결)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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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언님/ 오히려 유학가서 생활하고 있으면 여행 다니기 쉽지 않죠. 그래도 꼭 한 번 가보시길.